북한이 5일 국제사회의 우려와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함에 따라 정부가 쌀과 비료의 대북 추가지원 중단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서주석(徐柱錫)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대북 추가지원 중단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는 상황을 보면서 여러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쌀과 비료의 대북 추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해석이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도 이미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현안보고에서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 중단을 시사한 바 있다.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 중단은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국내 여론과 더불어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대화 노력을 기울여 왔던 중국도 북한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되는 등 국제사회의 부정적 기류를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아울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남북화해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민간경협 성격이 짙은 사업을 건드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 중단이 북한을 현실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매년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는 무상으로, 쌀은 차관형식으로 지원해 왔다.

그동안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쌀과 비료 지원에 사용한 돈만 1조7천19억원으로 1991년 기금이 조성된 이래 현재까지 사용한 금액(2조6천728억원)의 63.7%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지원하기로 약속한 비료는 총 35만t으로, 지난 4월 초까지 15만t을 지원했고 나머지 20만t은 이번 주 중 지원이 마무리될 계획이다.

현재 남은 양은 2만4천700t으로 6일과 7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북으로 전달될 예정이며 현재까지는 이를 보류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쌀은 올해 들어서는 아직까지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오는 11∼14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비료 추가지원과 쌀 지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북한은 비료 10만t 추가 지원과 쌀 50만t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장관급회담이 열리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료와 식량은 그동안에도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남북관계를 이어가 는 ’고리’로 활용돼 왔다.

2004년 7월 제10차 남북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 이후 10개월간 중단됐던 남북 당 국간 대화가 작년 5월 차관급회담으로 재개된 것도 남측이 비료를 지원하지 않으면 서 북측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쌀과 비료는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북한을 궁지로 몰아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측의 식량 소요량은 연 650만t 정도로, 자체 생산량이 450만t이고 나머지는 우리와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보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분으로 인해 식량난을 겪 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생존과 직결되는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면 상황에 따라 북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와 남북관계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사업 등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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