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참전용사 유족들 기념비 건립 앞두고 ’발 동동’

오는 30일 미국 뉴욕주 카유가 카운티 시내 제니시가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질 예정인 가운데 고인이 된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하고도 관련 기록이 불충분해 누락될 위기에 있는 유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3일 시라큐스에서 발행되는 포스트-스탠더드에 따르면 한국전 참전용사회(KWVA) 카유가 카운티 지부는 기념비 건립을 앞두고 카유가 주민으로서 한국전이 벌어졌던 1950년6월25일 부터 정전협정이 맺어진 1953년 7월27일 사이 미군으로 근무하다 사망했거나,혹은 이 기간 중 미군으로 복무하고 생존중인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본인이나 죽은 아버지의 군복역 증명 서류들을 접수, 마감하고 예정대로 이달말 기념비를 세우기로 했다.

참전 기념비는 2개로 세워지며 한쪽에는 한국전 기간중 전사한 25명의 이름이, 다른 한쪽에는 생존중인 참전용사 700여명의 명단이 새겨지게 된다.

앞서 고인이 된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 용사임에도 관련 기록을 갖추지 못한 유족 10여명은 좀 더 시간을 달라며 기념비 건립 연기를 요청했으나, 카유가 지부측으로 부터 거절당했다.

카유가 지부는 최초의 명단에는 들지 못하더라도 기록이 확인되면 나중에 추가로 새겨 넣을 수 있는 만큼 기념비 건립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족인 켈리 해링튼씨의 경우 아버지 데니스 해링튼이 카유가 징집위원회 위원으로 있다가 징집을 당해 한국전에 참전했음에도 막상 아버지가 카유가에 거주한 기록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아버지가 카유가 지역의 고교를 나와 졸업 앨범에 사진과 주소가 있는 데도 소용이 없었다.

해링튼씨는 포스트-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일부의 경우 한국전 참전 용사로서 인정을 받기에 너무 장벽이 많다”면서 “아버지는 한국과 관련해 결코 자랑하거나 떠벌인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이름을 기념비에 새겨 넣는 것은 그에게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련 기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1970년대 세인트 루이스의 보훈처 사무실에 화재가 발생, 한국전과 관련한 많은 기록들이 소실된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카유가 지부측은 “가족들이 아버지가 한국전 당시 군에 입대할 때 카유가 주민이었다고 말해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우리에게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카유가 지부측은 한국전 기념비 건립을 위해 개인 독지가의 기부금과 주 정부 예산 등 모두 40만 달러를 모금했었다.

한국전 기념비는 이 카운티 청사 부근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 기념비 옆에 세워지며 조경작업이 끝나 비석만 세워지면 된다.

한편 기념비에 한국전에 직접 참전하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도 올려지는 것과 관련, KWVA의 빌 허튼 사무총장은 “미국 국방부 규정은 1950년 6월 부터 1955년 1월 사이 미군으로 복무한 시람은 언제든 한국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전 참전 용사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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