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산 사람을 죽었다 할 수 있나”…불쾌감 드러내

김영남(45)씨는 29일 금강산 기자회견을 통해 요코다 메구미씨의 납북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각종 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씨는 메구미씨의 북녘 생활과 사망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본 정부가 나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이) 다른 소리를 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며 2004년 11월 자신이 일본 대표단에 메구미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유골과 함께 ’자필 확인서’까지 전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러한 ’성의’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유골을 여기저기 나눠주며 감정 놀음을 벌인 끝에 가짜라는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일본이 우리의 성의를 불의로 대하고 유골 감정을 날조했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김씨는 나아가 “(일본의 주장은) 남편인 나와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고 참을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며 “어떻게 산 사람을 죽었다고 말할 수 있나. 집안도 그렇고 그런 거짓말 할 줄 모른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그들이 하는 소리는 나를 전면에 놓고 북을 반대하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가 과거 어떤 병력을 앓았고 이후 어떻게 병세가 악화됐는지, 병원에서 최후까지 상세하게 밝혀 일본 측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털어내려 애썼다.

딸 은경(19)양을 일본으로 돌려보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은경이는 메구미 딸이자 내 딸이다. 그 요구 자체가 나로서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며 “현재 일본 당국이 취하는 사태를 볼 때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스스로 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일본의 ’지나친 관심’에 대해서도 시종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나에 대한 관심이 좋은 측면에서 관심이었다면 나도 기쁘겠다”며 “내 문제로 북에 해가 되는 관심은 백 번도 필요 없다. 그런 관심은 안 가져준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자청한 마무리 발언도 일본 및 남한 보수세력의 납치문제 정치화를 비판하는 내용에 무게를 뒀다.

그는 자신의 문제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여론과 관심이 높아 밝히게 됐다면서 “나와 나의 가정 문제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일부가 정치화, 국제문제화해서 북을 반대하는 데 써먹으려 하고 있다”며 “지금 일본 사람들이 내 문제를 갖고 남측과 노름을 벌이면서 못되게 굴고 있는데 그들의 속셈은 북 모략해서 좋게 발전하는 북남관계에 쐐기 짓고 불신, 불화, 대결을 조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날 “당과 국가의 배려에 대해 보답해야 할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일본 정부를 향해 하고픈 말을 충실히 전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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