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들이 잇따라 영해를 침범해 휘젓고 다니는데 우리의 군 수뇌들은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을 연발하며 놀이를 즐긴다. 최고 군령권자인 합창의장은 골프가 끝난 뒤에도 작전지휘벙커가 아닌 공관으로 가버린다. 이런 우리 군지휘부의 대응은 『매우 적절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종합평가이다.

▶글자 그대로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면 인책은커녕 훈장을 줘야 할 판이다. 그런데 집권당쪽으로부터는 「군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촉구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결국 이 소리는 청와대쪽이 한번 눈을 부릅뜨는 것으로 24시간도 안돼 자지러지고 말았다가 안팎의 손가락질에 밀린 아이가 엄마의 치마폭에 숨어 버린 형국이다.

▶과거 YS정부 때는 그 반대여서 재미있다. 집권 첫 내각 때부터 문제만 생겼다하면 즉각 장관부터 갈아치우던 YS의 스타일로서는 더욱이 그가 혐오(?)하던 골프까지 개입된 사연이었으니 정말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이 정부의 청와대는 경우에 따라서는 「밀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비록 흠결이 있을지라도 이번 경우처럼 『전체 군의 사기를 감안할 때 국민정서만을 고려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싸안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자칫 「국민」보다 「내 부하」가 더 귀하다는 반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군의 사기」와 「국민 정서」는 대립개념이라는 건지, 국민신뢰 없는 군의 사기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과거 「옷로비 사건」 때 세간의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한마디로 「마녀사냥」으로 매도되던 것이 다시 상기된다.

▶합참의장 등 관련 군수뇌는 어쨌든 건재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일은 국민들을 또다시 헷갈리게 만들었다. 골프나 치며 북을 자극하지 않는 게 대통령이 말하는 우리 군의 「지혜로운 대처」인지, 값비싼 「지휘벙커」는 이제 없어도 된다는 건지. 안동수씨가 억울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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