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납북된 김영남(45)씨가 28일 금강산에서 남쪽의 어머니를 만나 극적인 모자상봉을 이룬 가운데 비슷한 시기 납북된 홍건표(당시 17세)씨 가족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건표씨의 동생 광표(37.천안시 입장면 도림리)씨는 “김영남씨 가족의 상봉모습을 보니 형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라며 “이번 일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씨 가족의 상봉모습에 희망을 가지면서도 아직 납북된 형의 생사확인도 안된 상태라 납북자 문제에 미온적인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며 “납북자 부모들이 대부분 연로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데 생사확인이라도 빨리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쯤 형의 졸업사진을 확대해 집에 걸어놓으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형을 그리워했다”며 “어머니(74)도 그동안 점집을 찾아다니며 ’살아있다’는 말에 형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게 언제가 될는지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광표씨는 “만으로 벌써 28년이 지났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형이 여름방학때 무전여행을 간다며 무리해서 멀리 떠나더니 너무 멀리 가버렸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납북자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납북자 가족에게 빨리 알려주는 것”이라며 “생존확인이나 송환 등 모든 일에 납북자 가족과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한편 건표씨는 1978년 8월 이웃집에 살고 있던 고교동창 이명우씨와 전남 신안 홍도해수욕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함께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뒤 최근까지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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