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강산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납북된 김영남씨와 어머니가 만났다. 고교생이던 김영남씨는 1978년 8월 전북 군산 선유도해수욕장에 놀러갔다 실종됐다.

그로부터 27년 11개월 만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82세의 어머니 최계월씨는 까까머리 고교생 적에 실종됐다가 앞머리가 벗어진 45세의 중년이 돼 나타난 아들을 얼싸안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통곡했다.

김영남씨가 1994년에 사망했다는 요코다 메구미씨와의 사이에 낳은 은경양과 새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철봉군도 처음 보는 남한의 할머니에게 큰절을 올렸다.

어느날 느닷없이 사라진 막내아들이 죽은 줄만 알고 제사까지 지내며 긴 세월을 보내온 어머니, 살아 있으면서도 소식도 전하지 못한 채 남파 간첩들의 교관을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낸 아들, 두 사람 모두에게 이날은 한없이 기쁘면서도 한없이 서러운 날이었다.

우리는 어렵게 이뤄진 모자 상봉에 눈시울을 훔치면서도 이날 상봉장에 나온 김영남씨의 모습을 통해 북한을 새삼 다시 보게 된다.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일본에 대해선 고이즈미 정부의 집요한 압박과 설득에 무릎 꿇고 13명의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그중 가족 5명을 돌려보내면서도 남한 출신 납북자에 대해선 요지부동이었다. 고교생이던 김영남씨가 제 발로 북한까지 걸어갔을 리가 없다.

북한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영남씨는 북한이 남한사람들을 납치해왔다는 명백한 증거인 셈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제 납치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남은 납북자들을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

김영남씨는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자신이 自進 월북했다고 할는지, 2004년 요코다 메구미씨 것이라며 일본에 보낸 유골이 가짜라는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고 진짜라는 주장을 펼는지도 모른다. 남한에 보내준대도 가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 가운데 어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북한은 이번 상봉을 납북자 문제를 털고 가는 계기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짙다. 정부가 이런 북한에 또다시 끌려갈 경우 이번에는 국민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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