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 정세의 악화 배경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철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주스위스대사 겸임)은 지난 23일자로 아난 사무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그가 지난 21일 제네바 군축회의(CD)에서 행한 연설에이의를 제기했다.

북한 대표부가 연합뉴스에 28일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리철 대사는 아난 총장이 연설에서 “정세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마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것으로 단정지은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일방적 강압”이라고 주장했다.

아난 총장은 당시 비핵확산을 주제로 한 특별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에 실망을 표시하면서 “북한 지도자들은 국제사회가 말하는 것을 듣고 상황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었다.

리철 대사는 그러나 서한에서 “핵 문제의 발생 경위와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진지하고도 성의있는 노력은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고 반박하면서 연설 내용은 특정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서한은 당시 연설이 “그 누구의 강권을 옹호하고 불공정성에 편승한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말하고 “공정성이 결여된 유엔은 국제사회가 바라는 유엔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철 대사는 “우리는 자주권과 존엄을 그 무엇보다도 귀중히 여긴다”면서 “당신의 연설을 배격하며 당신이 공개연설을 한 만큼 그에 대한 우리 입장 또한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는 같은 내용의 서한을 노부아키 다나카 유엔군축담당 사무차장, 세르게이 오르조니키제 유엔 유럽본부(UNOG) 총장, 우스만 카마라 제네바 군추회의 의장 등에게도 동시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제네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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