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앳된 10대 김일성大 컴퓨터학과 재학생

28년만에 이뤄진 김영남(45)씨 모자상봉에서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영남씨의 딸 은경(일명 혜경.19)양이었다.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장에 나온 은경양은 할머니 최계월(82)씨와 아버지의 상봉장면을 지켜보며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은경양의 표정은 밝아졌고 상봉이 끝난 뒤에는 2층 상봉장 베란다에 나와 버스에 올라타는 할머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남측 취재진이 그에게 손을 흔들자 답례로 손을 흔들어주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아직은 어린 10대 소녀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흰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차림의 전형적인 북한 여대생 복장을 했으며 키는 160㎝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고 나이에 비해 앳돼 보였다.

은경양은 가슴에 고(故)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 담긴 배지와 함께 금색의 김일성종합대학 배지도 달고 있었으며 이름표에는 남측에 통보한 대로 ’김은경’이라고 돼 있었다.

은경양의 고모 김영자(48)씨는 “표정이 무척 밝았고 또랑또랑한 눈매였다”며 “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릴 적 얘기를 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환하게 웃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공부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김일성종합대) 컴퓨터학과에 다닌다고 답하더라”며 “오늘 상봉에서는 경황이 없어 왜 이름이 그동안 혜경이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은경인 지 물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김일성종합대는 수재들만 들어가는 학교”라며 은경양의 실력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김영남씨가 1986년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와 결혼해 얻은 딸 은경양은 2002년 9월 북일정상회담 당시 존재가 공개됐다.

은경양은 이어 다음달 납북 생존자 5명을 태우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일본 정부 관계자 앞에 나타나 “혹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메구미의 부모)가 같이 오셨나 해서 공항에 나와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양복도, 책도, 맛있는 음식도 필요없고 단지 원하는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북한에 오는 것”이라며 눈물을 펑펑 쏟아 일본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은경양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처럼 각인돼 일본 언론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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