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은 핵 문제와 유리돼 있다. 경제부문의 정책수단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미국이 추구하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북한의 개혁 개방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2002년 7월의 대내적 경제개혁 조치가 실패함에 따라 시장지향적 개혁을 중단하고, 한국 및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및 지원을 통해 경제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빈부 격차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개혁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대북 경제지원은 북한이 경제 개혁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이 개혁에 실패한 것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 및 임금 개혁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은 북한의 개혁 노력이 추진력을 유지하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오승렬 교수

우리의 대북 경공업 원자재 지원은 일회성 행사인 경의선 시험운행의 대가가 아니라 북한의 가격 개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대규모 비료 지원 역시 목적이 모호한 남북 간 합의 이행 차원이 아닌 북한의 농업개혁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협을 통한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를 위해서는 우선 체제전환의 진전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의 정책 변화가 소정의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반대급부로서 개혁개방의 성공을 위한 경제지원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체제의 전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핵심지표는 경제의 시장화, 농업개혁, 대외개방의 수준과 범위 등을 포함한다.

물론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성의를 보이는 경우, 작년 9월의 6자 회담 공동성명에서 밝힌 관련국의 경제지원도 여전히 유효하다.

또 인도적 차원에서의 식량, 비료, 의약품, 생필품 제공은 철저한 용도 확인을 전제로 북한과 별도의 협의 채널을 가동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경협사업은 한국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항목, 남북합의를 필요로 하는 부분, 그리고 다자 간 협력이 필요한 정책 부문으로 나누어 추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오승렬(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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