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농민 공동 단오절 행사가 북측 사정으로 연기됨에 따라 농민 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현대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전농은 애초 북측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과 26일 금강산에서 남북 농민 1000명씩 모두 2000여 명이 모여 공동 단오절 행사를 열기로 합의하고 현대상선측과 24-27일 금강호 운항계약을 맺었지만 북측이 지난 15일 '가뭄 때문에 총동원령이 내려져 행사를 치르기 어렵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행사는 내달 4일로 미뤄졌다.

전농은 이에따라 지난 18일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금강호 예약을 내달 3-6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상선측은 이미 받은 계약금 5500만원은 돌려줄 수 없으며 새로 계약하려면 금강호 직원의 임금을 고려, 요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상선측은 애초 1인당 55만원씩 모두 1000명이 가는 것으로 보고 5억50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이 모두 중단되는 7월에 배를 운항하려면 이미 해고 예정된 금강호 직원 300명의 한달 임금을 감안, 적어도 7억2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

그나마 지난 23일까지 일시불로 내야 한다는 것이어서 금강호 출항이 불가능해지자 전농은 현대아산측과 설봉호 출항을 협상해야 했다.

당초 내달 2일 출항할 예정인 설봉호를 농민 행사 일정에 맞춰 내달 3일 출항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던 현대아산측은 25일 오전 내부 회의를 거쳐 관광객 모집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내달 14일 이전에는 설봉호를 출항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전농은 '관례상 천재지변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계약이 연기되거나 파기될 경우 계약금 전액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떼어먹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장사꾼 속성'이라며 '게다가 설봉호 출항 일정을 갑자기 미룬 의도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농은 26일 내부 회의를 거쳐 최종적인 입장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우리로선 27-30일 금강호 운항을 마지막으로 금강산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전농의 7월 행사는 현대아산측과 협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아산 관계자는 '사정상 내달 14일 이전에 설봉호를 정기운항하긴 어렵지만 전농측이 행사 인원을 줄여서 설봉호로 가겠다고 하면 임시로 설봉호를 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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