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사이에 만 9개월 동안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양 정상 간 정책협의 채널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 마지막 전화통화는 작년 9월 20일이었다. 베이징 9·19 6자회담 공동성명 다음날인 이날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두 정상은 이때까지 모두 11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그때까지 노 대통령 재임 31개월로 나누면 2.8개월에 한 번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긴밀하게 협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후 만 9개월 동안 통화단절 상태다. 이전까지는 2005년 2월에서 9월 사이 6개월 보름이 가장 길게 통화를 안 한 기간이었다.

특히 이번은 북한의 로켓 발사 위기가 조성된 지 1개월이 넘었는데도 이 문제 협의를 위한 전화 통화가 없었다.

그 사이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에게는 2주 전 전화를 걸어 로켓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워낙 자주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할 정도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이달 말 방미에 자신의 전용기를 보내줄 예정이다.

두 정상의 통화는 일본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지난 5월 31일 1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미·일 동맹의 미래에 대해 협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전 일과를 주로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작년 11월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이때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개최를 계기로 한 만남이었지, 별도의 현안을 다루는 회담이 아니었다.

이처럼 두 정상 간에 대화가 없다는 것은 서로 할 말이 없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미사일 위기 국면에서 대화가 없다는 것은, 양국 간 정책노선의 근본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안보정책 브레인인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전 동북아시대위원장)는 최근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 일이 있다.
/ 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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