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탄두 탑재여부 증거 더 필요”
정부 ‘위성용’ 판단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번에 로켓을 발사할 경우 이것을 군용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체로 해석하려는 것 같다. 19일 갑자기 그런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분석이 북한을 편드는 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나 섣불리 어느 하나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단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당시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도 위성용인 것으로 최종 판단을 내렸다. 미국 정부가 당시 ‘미사일’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고 ‘미사일 능력’이라고 표현했던 것도 미사일용과 인공위성용의 기본 원리가 같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판단은 일단 기술적 요인에 대한 분석에 토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쓰고 인공위성용은 액체연료를 쓰는데 지금 북한의 로켓은 액체용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액체연료 로켓을 일반적으로 군사적 목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지하에서 발사하는데 북한은 지상 발사대를 설치해놓고 있기 때문에 위성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 같다.

정부는 이런 측면들에도 불구하고 군사용 미사일일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미사일이라고 확정하기 위해서는 두세 가지의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사일과 위성용 로켓은 발사 후 궤도가 다르기 때문에 궤도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로켓이 미사일 궤적을 따라 6000㎞ 이상의 장거리(알래스카 또는 하와이 사정권)를 날아간다 해도 700~800㎏ 또는 1000㎏ 이상의 대량살상무기(탄두)를 탑재하지 않고서는 무기로서 의미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98년의 경우 아주 조그만 ‘위성’을 탑재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한 미사일에 탄두가 실렸는지 여부, 실렸다 해도 어느 정도 무게인지에 대한 추정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군사용이든 위성용이든 기본 원리는 같기 때문에 위성용 로켓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안정을 저해한다는 판단은 하고 있다.

“北은 위성기술도 없는데 웬 발사체”

전문가들 “단정 일러”

우리 정부 내에서 북한이 발사 준비 중인 대포동 2호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체일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판단을 비판하고 있다.

우선 위성발사체가 되려면 북한이 인공위성을 만들고 운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인공위성 부품이나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인공위성 기술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러시아·중국 등으로부터 인공위성 기술 이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대포동 1호 시험발사 때 북한이 궤도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광명성 1호의 사진 모습은 1970년대 초 중국의 매우 초보적인 위성이었던 동방홍 1호와 매우 흡사했지만, 이는 인공위성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북한은 당시 지상통제소와 광명성 1호가 교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더라도 이를 지상에서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제3국에서 이런 기술을 배웠다는 첩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체 주장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명분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우리 정부가 그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기본적으로 위성발사체나 군사용 미사일은 구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 연료를, 위성발사체는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단순·획일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 소련의 탄도미사일은 주로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의 대명사가 된 스커드를 비롯,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 가장 강력한 SS-18 등이 액체연료를 쓴다.

현재 중국의 주력 ICBM인 DF-5, 과거 미국이 사용했던 타이탄Ⅱ ICBM도 액체연료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 미사일이 위성발사체라는 주장은 북한 핵이 평화용이면 괜찮다는 것과 비슷한 얘기”라고 말했다.
/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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