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들은 우리가 인공지구위성(인공위성)을 쏴올린 것을 보고 미사일을 쏘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압살하기 위한 편견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30일 방북한 재미동포 여기자 문명자씨에게 한 말이다.

북한의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작년 발행한 ’김정일 선집’ 제15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998년 8월31일 쏘아 올린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인공위성, 특히 과학위성이라며 미국이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문제도 미국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것 중의 하나”라며 “내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하면서도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지구위성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학위성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과학과 기술의 시대인 만큼 우리도 마땅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들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우리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자고 하니 그런 위성을 만들었고 또 그것을 만든 과학자·기술자들이 이왕 쏠 바에는 보통 날보다 공화국창건 기념일(9.9)을 계기로 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을 제기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었다”고 발사 날짜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몇천 ㎞의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벅적(요란스럽게) 떠들고 있습니다”며 “미국이 우리의 인공지구위성을 미사일이라고 떠드는 것도 역시 우리나라를 압살하기 위한 고질적인 편견입니다. 미국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시 감정이 고질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뿐 아니라 북한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 1998년 발사한 물체가 미사일이 아닌 ’광명성 1호’ 인공위성이라며 대대적인 선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도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종전처럼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재일교포 김명철씨도 19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다면 이것은 인공위성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미사일을 공식 시인할 경우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촉발시켰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인공위성의 개발은 모든 나라가 가지는 정당한 권리”라는 논리를 내세워 인공위성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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