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중국방문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성과에 대해 ‘평가’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 2박3일간의 바쁜 일정을 쪼개 개혁·개방의 ‘상징’이랄 수 있는 중관촌(중관촌) 컴퓨터 생산공장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까. 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긍정’‘평가 유보’ ‘부정’ 등으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은 긍정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 고위관리들에게 개방을 권했지만, 이들은 개방에 부정적인 김정일의 질책이 두려워 제대로 보고도 못했다고 한다”면서 “그런 김정일이 직접 ‘개혁·개방을 평가’했다면 개혁·개방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고 말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도 “김정일은 중국 방문길에 열차 차창으로 비친 베이징의 발전상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이종석)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중국이 그동안 견지해온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간 해결원칙과 배치되는 대미(대미) 외교에 치중했고,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면서 “중국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선 중국방문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의 중국 방문 자체가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동용승(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김정일이 3월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하고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개방해야 산다’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1998년 9월 헌법 개정후 경제분야에서 변화를 모색해 왔고 체제 정비도 끝나 개방에 대해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김정일의 ‘평가’를 의례적인 수준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유호열(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평소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하고 싶어도 북한은 종심(종심)이 짧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을 개방해도 금세 북한 내부에 영향을 미쳐 쉽게 문을 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김영수(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폐쇄 이미지를 벗어낸 것 외에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진현(백진현) 서울대 교수도 “중국에 갔으면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김정일의 이번 중국방문은 군사적 협력관계 복원과 내부 통치 강화에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이번 중국방문이 우리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란 든든한 외교·경제·군사적 후원국을 등에 업고 남북 정상회담장에서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오히려 우리 측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일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남북 정상회담장에서 일부는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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