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동행… 에릭 크랩튼 콘서트 감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설이 나돌고 있는 차남 정철(25)로 추정되는 인물이 독일에서 돌아다니는 비디오가 일본 후지TV에 의해 15일 오후 일본에서 방영됐다.

김정철의 스위스 유학 시절 같은 학교 친구였다는 미국인 2명은 후지TV측에 “비디오 속 인물이 김정철이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김정철은 김정일 위원장의 두 번째 부인으로 2004년 5월 사망한 고영희와의 사이에 태어났으며, 10대였던 1990년대 중반 스위스 베른과 제네바에서 유학했다.

형 김정남(36)이 일본·중국 등에서 물의를 일으키면서 형을 대신해 김정일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키 170㎝ 정도의 김정철 추정인물은 청바지와 가죽 점퍼에 영국의 세계적 가수이자 기타 연주자인 에릭 크랩튼의 연주 모습이 그려진 연한 고동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옆에는 흰색 바지에 연한 푸른색 재킷 차림의 젊은 여성이 동행했다.

일행은 4~5명이었다. 후지TV는 “그가 에릭 크랩튼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독일에 왔다”고 보도했다. 비디오에는 콘서트를 감상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김정철의 유럽 방문 사실은 지난 9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한 바 있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로 추정되는 인물이 젊은 여성과 함께 독일 거리를 걷는 모습. /MBC TV


후지TV는 “이 비디오를 월드컵 개막 전인 6월 3일부터 6월 7일까지 독일 내 4개 도시에서 촬영했다”며 “그는 6월 3일 프랑크푸르트, 4일 슈투트가르트, 6일 라이프치히, 7일 베를린을 순회하면서 열린 에릭 크랩튼의 콘서트를 모두 감상했다”고 보도했다. 후지TV는 김정철이 에릭 크랩튼의 열렬한 팬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독일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도 “김정철이 에릭 크랩튼의 열렬한 팬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가 김정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로 추정되는 인물이 독일 거리를 걷는 모습이 촬영된 비디오를 일본 후지TV가 15일 방영했다. 비디오 속 인물은 김정일보다는 김일성 전 주석의 젊은 시절(오른쪽)을 더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MBC TV


김정철 추정 인물은 동행한 여성이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 왼손을 들어 보이고 촬영한 화면을 함께 들여다봤다. 일행 5명과 기념 촬영을 하는 장면도 있다.

김정철 추정 인물은 “어디서 왔느냐”는 취재진의 영어 질문에 “왜?”라고 역시 영어로 반문했다.

비디오를 본 일본측 전문가는 일행 중 2명은 경호원, 1명은 안내인, 중년 여성은 가정부, 젊은 여성은 애인이거나 아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지TV는 김정철이 5월 중순 북한을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프랑스에 체재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정철이 유학했던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일본 TV방송사가 한 졸업자의 정보를 얻기 위해 동문들과 접촉한다”며 “주의하기 바란다”는 안내문을 게재했다.

베른국제학교는 졸업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경찰에 (방송사의 취재를) 알렸다고 밝혔다./도쿄=선우정특파원 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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