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시 6자회담·남북협력사업 중대영향 불가피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한반도에 ’미사일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 추정) 발사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더니 한국과 미국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필요한 조치’를 경고하고 나서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끝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후 대응조치 등을 상정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고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 정부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 北, 미사일 발사하나 = 지난달 19일 일본 언론들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징후를 보도할 때만해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설마 쏠까”에 가까웠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6돌을 기념하는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광주에서 열리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이 이달 말로 예정돼있는데다 남북 장관급 회담 등 일련의 남북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아무리 북한이 왕왕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고는 하지만 ‘도발’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정부내 주 기류였다.

하지만 미 행정부 관리들이 이번 주들어 “북한이 다음 주말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수 있는 징후들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발언을 하고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나서면서 “아무래도 쏠 것같다”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면 미사일을 발사해서 득될게 없을 것 같은데 북한의 계산법은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 발사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발사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1998년 북한이 온갖 경고를 무시하고 대포동 1호를 발사했다는 점이 이번에도 ’도발’쪽에 무게를 더 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란핵에 쏠리는 국제적 관심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싶은 마당에 북한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까지 최근 다소 소극적으로 보이는 행보를 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의 평양방문에 대해 미국 정부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다만 ‘1주일 내 발사’ 등 시기를 못박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소로 알려진 함경북도 무수단리의 상황을 위성을 통해 분석해보면 북한이 ’발사징후’의 단계를 높이고는 있지만 실제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최종작업’에는 착수하지 않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대화, 그리고 대북금융제재 조치 해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제스처만 화려하게 하는게 아니냐는 정보 분석도 상존한다.

◇ ‘미국의 덫’ 논리 = 일각에서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을 확실하게 압박하기 위해 ’미사일 덫’을 놓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처럼 ’벼랑끝 전술’을 쓰면 양보안을 내놓던 데서 벗어나서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북한을 ’늑대소년’으로 밀어 붙여 엄포만 놓으려는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부시 행정부는 1998년 1차 미사일 발사때와 유사하거나 한단계 높은 강경대응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포동 2호가 미국 본토까지 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라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취할 강경조치에는 동해에 감시차원의 미사일 유도함 배치와 함께 유엔을 동원한 경제제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동해에 이지스함 등을 배치해 북한 영해에서 나오는 선박들을 ’검문’할 경우 북한측의 대응 여부에 따라 군사적 긴장이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사일의 직접적인 위협권에 속한 일본도 북한 제재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북한 수뇌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조총련의 자금줄이 막힐 경우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금융제재에 힘들어하는 북한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의 또다른 축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 미사일이 발사된 상황이라면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제재 행보에 결정적인 태클을 걸기는 어렵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전망이다.

◇ 남북협력사업에 미치는 영향= 우리 정부가 가장 노심초사하는 대목이다.

북한 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국제적 현안인 동시에 남북 문제일 수 밖에 없고 현재 진행중인 남북협력사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미사일 사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대책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일단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할 경우 이는 한반도 정세구도를 일거에 바꾸는 중대사안이라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직접 대북 제재 논의를 주도하는 형국에서 남북협력사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정부측은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며 마련하고 있는 대책의 가닥은 ’민간차원의 협력사업과 정부간 교류사업을 분리하자’는 쪽으로 잡혀가는 듯하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엄격히 말해 민간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나 기업이 주도하는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 등은 제재국면에서도 ’허용되는 쪽’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되는 장관급 회담, 철도.도로 연결 등은 ’유예되거나 규제되는 쪽’에 해당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정부의 대책마련 작업이 아직 종결된 것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처간 협의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반도 문제의 일차적 당사자는 남북한인 만큼 국제정세를 꿰뚫는 냉정한 상황판단과 함께 남북교류의 본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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