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 및 외화벌이 차원 무조건 요구”

북한에 상주하는 외국대사관들은 통역, 운전, 청소, 정원 관리 등을 위해 북한 주민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 호어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관 대리대사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영국대사관이 북한인 현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관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당국이 외국대사관에서 통역과 함께 운전기사, 청소부, 원예사 등 노동직에 북한 주민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외국대사관의 내부 동정과 움직임 등에 대한 정보 수집 차원 뿐 아니라 외화벌이 차원에서 자국 주민의 대사관 고용을 무조건 요구하고 있다는 것.

외국대사관 고용 관련 업무는 외교단사업국(국장 김당수)에서 전담하고 있는데 수입이 좋아 선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단사업국은 외국대사관으로부터 고용된 북한 주민의 월급을 달러 등으로 받아 일부만을 북한 원화로 본인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외무성 과장급 월급보다도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외교관 출신 탈북자는 “북한당국은 외국인에게 매수되지 말라고 통역 등 외국대사관 근무자들의 기본월급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에 주재하는 북한대사관의 경우 정보 유출을 우려해 현지의 외국인을 고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이에 따라 외교관과 그 가족이 일반 업무는 물론 운전, 청소 등 각종 잡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대사관의 북한 주민 고용이 마냥 북한당국에 유리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호어씨는 북한 직원들이 대사관에서 들여오는 해외영화 비디오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집으로 빌려가도 했으며 특히 남한 영화와 음악에 늘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자신이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으나 아랑곳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본주의 문물의 유입을 막으려는 북한당국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외국대사관이 그 ‘창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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