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이 피의자 이모씨에게서 압수한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 14만달러를 보여주고 있다. 이씨는 중국 심양에서 재중동포로부터 초정밀 위폐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자료사진

북한과 북.중 국경주변서 대거 나돌아

미국의 금융제재로 갈곳을 잃은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元)화, 일본 엔화 등 위조지폐가 ‘포화상태’를 이뤄 북한과 북.중 국경 주변에서 대거 나돌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NGO(비정부기구)인 ’북한민중구출네트워크’(RENK) 회원이 지난 4월 평안남도와 함경북도, 함경남도, 황해남도 거주 30-60대 남녀 5명을 상대로 위조지폐에 관한 탐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담당한 이 단체 회원은 중국으로 빠져 나온 후 조사결과를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북.중 국경에서 마약거래를 한 30대 남자 밀수업자는 일본돈으로 61만엔을 받았지만 나중에 모두 위폐로 드러났다.

마약거래는 현금과 물건을 교환할 때 위폐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위폐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남성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작년 12월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에게 북.중 국경을 통해 2만달러를 ’비밀루트’로 송금했지만 북한 국경경비대에 의해 100달러 짜리 수십 장을 바꿔치기 당했다.

40대의 남자 무역상은 중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가 중국 공안에 구속됐다. 신병은 북한 인민보안부(경찰) 관계기관에 넘겨졌지만 갖고 있던 중국돈 5천위안은 압수당했다. 조사받은 후 돌려받은 돈 중 3천위안은 위폐였다고 한다.

산케이에 따르면 북한에는 외화를 바꿔주는 환전 암시장이 있다. 탐문조사결과를 종합하면, 미국의 금융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대량의 가짜 달러를 싼값에 바꿔주겠다는 북한인이 증가했다.

40대의 남성 노동자는 “3월에 청진 포항구역에 진짜의 60%값에 위폐를 팔려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수만-수십만달러의 가짜 달러화 거래상담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는 것.
위조달러화는 ’기계복사’와 ’컴퓨터 복사’의 2종류로 크게 나뉜다.

기계복사는 정교해 판별이 어려워 “평양(국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 위폐는 진폐의 80% 정도의 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복사는 민간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보인다. 식별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돈을 줄 때 섞어 넣는 방법으로 밖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RENK대표인 이영화 간사이(關西)대학교수는 “북한은 국가사업으로 위조지폐를 만들어 유통에 관여하고 있는게 명백하지만 미국 금융제재의 영향으로 국외유통이 어려워진 것 같다”면서 “민간이 만든 조악한 위폐까지 뒤섞여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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