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6.15 공동선언 6주년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를 통해 납북고교생 김영남씨 모자상봉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북·일수교 과정에서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사망)의 남편으로 확인된 김영남씨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장에 내보내기까지는 적지않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북한 이름은 김철준)씨는 북일수교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일본 정부 대표단에게 나타나 자신이 메구미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면서 보관하고 있던 메구미 유골을 직접 전달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김영남씨는 대남특수기관에 근무한다며 유전자 확인시료제공은 물론 사진 촬영까지 끈질기게 따돌렸고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 일본측의 신원확인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 그야말로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이다.

이런 김영남씨를 수백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취재진이 모여있는 공개된 장소에 노출시키기로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수개월 남은 임기내에 납치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고이즈미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영남씨는 2004년 11월 자신이 전달한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라고 발표한 일본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또 일본내 소수 보수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메구미 생존설’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보수주의자들은 ’메구미가 살아 있기 때문에 가짜 유골을 전달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언론에 흘려 메구미를 정점으로 한 북일간 납치공방 정국을 이끌어가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일본내 분위기는 최근 일본을 방문한 김영남씨 모친 최계월(82)씨에게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방북을 만류한 일본 보수단체들의 반응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상봉행사에 나선 김영남을 통해 납북자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현재까지 북한에는 납북자는 한명도 없고 모두 자진월북한 ’의거월북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3월 금강산에서 개최된 제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장에서 ’납북’ 또는 ’납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남한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방해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28년만에 가족앞에 나타난 김영남이 납북자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김영남 모자상봉을 계기로 ’통큰 결단’을 내려 납치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번 김영남 모자상봉을 계기로 납북자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면서 “일본 보수단체들이 납치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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