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열차 시험운행을 며칠 앞둔 17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 철도사전점검에서 한국철도공사 이철사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철로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자료사진

`달라진 상황 때문일까, 의지를 반영한 것일까'
남북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하고 장관급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2003년 6월14일 열렸던 철도 연결식 당시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연결식 당시에는 국장급이 최고위급으로 참석했고 행사 규모도 작았기 때문이다.

연결식 때는 남북에서 경의선의 경우 통일부 교류협력국장-국토환경보호성 국장이, 동해선에는 건설교통부 수송물류심의관-철도성 국장이 행사를 주관한 반면 이번에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김용삼 철도상이 각각 참석하면서 격이 높아졌다.

행사 규모도 연결식 당시에는 양측에서 50여명씩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열차 탑승자 200명을 포함해 최대 500여명씩 한 자리에 모이는 초대형이다. 양쪽을 합하면 100여명에서 1천여명으로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행사 규모가 커지고 참석자의 격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놓고 일각에선 정세 변화나 정부 의지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03년 6월과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북핵 문제가 핵심 안보현안이며 그 전망 또한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결식 때는 그 해 4월말 베이징(北京)에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다자회담인 북.중.미 3자회담이 열렸고 연결식이 있은 후인 같은 해 8월말 6자회담이 구체화됐다. 지금은 6자회담이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재개되지 못한 상황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2003년은 우리 정부가 북핵 회담에 끼어 들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던 시기였던 반면 지금은 6자회담 틀 속에서 북핵 돌파구를 찾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철도연결식이 있던 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는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열어 베이징 3자회담의 후속회담 형식과 개최 시기 등을 포함한 북핵 해법을 협의했다.

이 때문에 연결식이 간소하게 치러진 이유로 미국과의 `관계'나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연결식 1주일 전에 행사계획을 논의한 제5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장관이나 차관이 참석해 의미있게 치르자고 제의한 반면 우리측은 국장급 주관으로 40여명씩만 모여 간소하게 하자고 한 것이 이런 관측의 배경이 됐다.

이에 반해 최근 우리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를 남북관계를 통해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이러한 의지가 이번 철도 시험운행 행사에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이같은 관측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3년 전에는 단순히 끊어졌던 궤도를 잇는 행사였던 반면 이번에는 열차를 타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행사로, 그 의미가 훨씬 크기 때문에 행사의 격 역시 높아졌다는 게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궤도를 잇는 연결식도 상징성은 있지만 그동안 군사적 보장조치에 부딪혀 시험운행이 수차례 연기된 사례나 열차가 직접 달린다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시험운행의 격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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