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한민구(소장) 국방부 정책기획관(오른쪽)과 북측 단장(수석대표)인 김영철 인민군 중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해상경계선 주의제로” vs “국방장관회담서 논의”

남북한간 새로운 해상 불가침 경계선 설정 문제가 장성급 군사회담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남북은 1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제4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서해상 우발충돌방지 개선 방안과 철도·도로 통행에 따른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 문제 등을 협의했으나 북측이 해상 경계선 설정 문제를 제기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해상 군사분계선 재설정이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만 서해상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이 문제를 장성급회담의 주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했다.

지난 3월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3차 회담 때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당시 북측 김영철 단장은 “서해 해상문제는 북남 쌍방이 조선 서해에서 통일조선의 영해기산선을 확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새로운 서해영해권을 내외에 선포하는 원칙에서 해결하여야 한다”며 “지금 북남사이에 명백치 않은 해상경계선을 두고 서로 우열을 겨루면서 승벽을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의 유물로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쌍방의 모든 주장들을 다같이 대 범하게 포기하는 원칙에 기초하여 서해해상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논의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측이 서해 해상 경계선 설정을 주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측은 2000년 3월 해군사령부 보도를 통해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일방 선포하면서 임진강 하구를 시작으로 북측 옹도와 남측 서격렬비도, 서엽도 사이의 등거리점, 한반도와 중국사이의 반분선과의 교차점을 양측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99년 9월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로 NLL 남쪽 일부 수역까지 포함한 ‘해상군사통제수역’을 선포하고 북측이 지정한 2개의 수로를 통해 남측 선박이 다니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북측이 집요하게 해상 경계선 설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1953년 8월 유엔사 소속의 함정 및 항공기에 대한 일방적인 통제를 목적으로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한 NLL을 무효화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NLL은 ‘무력 북진통일’을 경계한 유엔사측이 당시 남한의 함정이나 전투기의 대북 적대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남측은 3,4차 장성급회담에서 서해 NL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 불가침 경계선 역할을 해왔다면서 북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남측은 해상 경계선 설정 문제를 장성급회담 보다 상위인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이는 장성급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2000년 9월 1차 회담 이후 중단된 국방장관회담을 위한 유인전략이라는 일거양득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만약 북측이 남측의 이런 제안을 수용해 국방장관회담에 동의한다면 53년간 해상 불가침 경계선 역할을 해온 NLL을 대신한 새로운 해상 경계선 설정 문제를 협의하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해상 경계선 설정 문제를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9일 ’제도적, 물질적 지원은 조건없이 하려고 한다’고 한 발언과 맥 닿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문성묵 우리측 회담 차석대표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서해상”이라며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어떠한 충돌도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가 제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협의해야지만 빠르고 항구적인 평화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협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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