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방북’실무접촉·장성급회담 동시개최,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 가늠 풍향계 될 듯

북핵 6자회담이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다음주 잇따라 고위급 남북대화가 가동될 예정이어서 북핵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오는 16일 금강산에서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을 위한 남북간 실무접촉이 시작되며 같은 날부터 18일까지 판문점에서 제 4차 남북장성급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잘린 한반도 허리부분의 동서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남북간 접촉은 향후 한반도 정세의 기상변화를 엿볼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북양보’ 발언에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듯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다음주로 예정돼 있는 남북간 동시접촉 결과가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11일부터 이틀간 개성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역시 이 들 두 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 18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후 북핵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발언’(9일)과 개성공단에서 이뤄진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의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개성공단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 표명(9일) 등 금주들어 고위 당국자들의 ‘의미있는’ 대북 발언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6자회담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통해 지체국면을 타개하자는데 (정부 내부의) 공감대가 있다”면서 “미국 역시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데 좀 더 설득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견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인 만큼 ‘DJ 방북’ 실무접촉과 제 4차 남북장성급회담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DJ 방북’을 위한 실무접촉이다.

6월로 예정된 DJ 평양 방문과 ‘DJ-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회동’에서 이뤄질 논의의 수준과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와 단장으로 하는 남북 실무대표단은 DJ 방북의 일정과 규모, 절차, 의제 등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실무접촉에서 김 전 대통령이 희망하고 있는 경의선 철도를 이용한 방북에 북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DJ-김정일 회동 결과에 대한 기대도 더욱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실무접촉에선 김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만 6년만에 이뤄지는 대좌에서 나눌 의제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할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방북 시기는 대체로 6.15 이전 보단 이후가 될 것이라는게 우리측 당국자들의 전망이다.

만일 실무접촉이 별다른 진통 없이 마무리될 경우 정부는 ‘DJ 방북’을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대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 4차 남북 장성급 회담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북측 군부의 ‘심각한 정세인식’ 속에 열리는 만큼 군부의 태도변화 여부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측은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상 군사적 긴장 해소 문제와 함께 사실상 북측 군부가 ‘키’를 쥐고 있는 철도·도로 통행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 합의서 체결 문제를 집중거론할 것으로 알려져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만일 이 합의서가 체결될 경우 DJ의 경의선 철도를 이용한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경우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공산이 커지는 것은 물론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측이 지난 3월 초 열린 제 3차 장성급회담에서 해상경계선 문제를 들고 나와 난항을 겪은 만큼 이번 역시 낙관적인 기대는 금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DJ 방북’ 실무접촉, 제 4차 장성급 회담과 더불어 눈여겨 볼 대목은 12일 종료 예정인 제 12차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이다.

만일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북이 철도 시험운행 일정에 합의한다면 ‘DJ 방북’ 실무접촉과 장성급 회담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음주 휴전선 부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남북간 대화는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난기류를 탈피, 안정궤도에 접어들지 여부를 엿볼 수 있는 중대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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