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인권법 첫 적용 ‘난민’
“北 처참한 인권 외면안해” 美 의지 보여주는듯
조만간 추가 미국行… 대규모로 이어질수도


◇ 여성 4명과 남성 2명으로 이뤄진 탈북자 6명이 중국에서 동남아를 거쳐 5일(현지시각) 밤 미국에 도착했다. 사진은 이들 가운데 5명이 지난달 동남아 국가에 도착해 시내관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리하나 선교회에서 공개했다. /국민일보제공


중국에 있던 탈북자 6명이 동남아를 거쳐 5일(현지시각) 밤 미국 모처에 도착했다고 샘 브라운백 미 상원의원이 6일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측도 비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했다.

북한에서 납치돼 중국으로 팔려간 여성 등이 포함된 이들은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북한난민(탈북자)의 미국 정착길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법 적용을 받아 미국에 도착한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 이들을 중국에서 제삼국으로 인솔한 뒤 미국 대사관측에 인계한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어린 아이를 포함한 2진도 현재 미국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탈북자의 추가적인 미국행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 4명과 남성 2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4월 6일 중국에서 천 목사와 함께 동남아로 탈출, 같은 달 17일 미국행을 원하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미측에 인계됐으며, 불과 19일 만에 6명 전원이 미국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의 면접을 통해 난민판정을 받았으며, 신원확인과 배경 조사, 건강검진 등의 과정을 거쳤다.

북한인권법 발의자이기도 한 브라운백 의원은 이들의 신원과 관련, “4명의 여성은 성 노예로 팔려갔거나 강제결혼을 당했다가 도망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천 목사는 “16세에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21세가 되기까지 5명의 남자들에게 팔려 다니던 어린 소녀와 그 오빠도 포함돼 있다”며 “21세에서 34세까지인 이들 6명은 모두 인신매매되었거나 투옥, 감금, 북한 재 탈출 등 처참한 스토리를 가진 이들”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난민이나 망명으로 받아들인 이들의 신원과 정착지 등에 대해선 확인도 공개도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미국의 탈북자 직접수용이 시작됨에 따라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는 미·북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 문제와 함께 위폐와 돈세탁, 마약 등 불법행위를 둘러싸고 북한을 죄어온 미국의 전방위 대북압박은 이를 통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인권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 정부측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탈북자 수용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면 탈북이 더욱 확산되고 특히 상류층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탈북자 수용은 일단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상당수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신념과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 및 의회의 압력, 미·북 관계의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대규모 입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들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미국행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따로 협조와 정보교환을 하는 것은 있으나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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