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만나면 인사도 하고...”

2002년 5월 8일 중국 선양(瀋陽) 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어머니 이귀옥 씨의 모습을 철창 너머로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사진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한미(7) 양이 28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

백악관 면담을 하루 앞둔 27일 미 하원 레이번빌딩에서 만난 한미 양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인사도 하고...”라는 말 밖에는 더 이상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한미 양의 어머니 이씨는 “불과 며칠 전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미국에 왔다”며 “한미에게는 그냥 미국에 놀러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지도 아직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한미는 너무 어려서 북한을 나왔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양 영사관 진입 때 어머니가 중국 공안에 잡혔던 일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 때 경찰이 엄마 잡으려고 해서 울었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뜻 밖이라 황당하기까지 했다”며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영사관 진입 장면을 찍은 사진과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 테이프를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테니 말보다는 사진과 테이프를 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게 이 씨의 설명이다.

한미 양의 아버지 김광철 씨도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라며 “이번 만남이 고통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미국에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초청으로 갑자기 연락을 받고 미국에 오게 됐다”며“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우리 가족이 북한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27일 오후 열린 북한자유주간 리셉션에 참석한 한미 양은 그를 처음보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한미 양은 미국인들에게 다가가 미소지으며 작은 사탕 한 알 씩을 건네줘 ‘생큐’란 인사를 받았고,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도 다가와 사탕을 쥐어주며 “사진 그만 찍으세요”라고 말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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