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할 것 없어(?)”

27일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북측의 박종욱(78)씨는 남녘에 두고 온 아내 김옥자(77)씨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김씨는 아무런 대꾸없이 묵묵히 옛 남편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김씨는 상봉장에 함께 나온 아들 순오(58)씨와 자신을 남겨둔 채 6.25전쟁 와중에 북으로 넘어간 남편에 대한 원망스러움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듯 했다.

훈장 10여개를 달고 나온 박씨는 옛 아내가 말을 하지 않자 “북에서 전쟁노병으로 알아준다. 국가에서 믿음과 사랑을 주고 있다. 애국심을 알아야 한다”면서 지난 날 자신이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애써 강조했다.

이에 남녘의 아들과 조카들은 박씨의 말을 경청하면서 “동네에서 옛날부터 (박씨가) 한 자리를 할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격려하며 건강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들 가족은 서로의 주소를 불러 주면서 다음 번에는 대면상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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