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문제 안풀리면 北제재’ 입법… 기계 北수출사 수색…

북한을 압박하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일 일본인 납치 문제를 논의한 북한과의 실무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난 뒤 정계와 언론계에서 확산된 ‘대북(對北) 강경론’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집권 자민당이 16일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를 의무화하는 ‘북조선인권법안’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17일 일본 경찰은 세균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는 동결건조기를 북한에 불법 수출한 일본 무역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은 실무교섭이 끝난 뒤, “북한에 압력을 강화하는 구체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압수수색을 받은 무역회사 2곳이 북한에 불법 수출한 동결건조기는 주로 식품 보존에 이용되지만 생물학 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세균을 보존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어 대량 살상무기 전용(轉用)우려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불법 수출을 의뢰한 것은 북한 군수(軍需)산업 관련 기업으로 보인다”며 “세균류 보존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찰은 이에 앞서 13일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3차원 측정기를 불법으로 중국과 태국에 수출한 혐의로 일본의 정밀기기 업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경찰이 측정기의 북한 유출 가능성을 중점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찰은 지난달에도 일본 육상자위대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정보를 빼돌린 조총련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를 압수수색했고, 이달 초 일본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미즈호은행이 북한의 자금세탁과 위폐 제조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와 거래를 중단했다.

또 지난 2일 후쿠오카(福岡)고등법원이 조총련의 시설에 대한 면세(免稅)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총무성에 조총련 시설에 대한 면세 조치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중국과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경제제재에 대해선 소극적 입장이지만 대신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법으로 대북 압력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선우정특파원 su@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