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비밀 속에 진행됐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행적이 18일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농업연구소와 농장, 첨단과학기술기업, 교육기관을 집중적으로 시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이날 오후, 방문 일정을 공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의 6개 도시를 방문했다. 신의주와 접경지대인 단둥(丹東)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온 뒤, 곧장 우한(武漢)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창(宜昌)?광저우(廣州)?주하이(珠海)?선전(深?)?베이징(北京)에 이르는 방문 코스를 밟았다.

첫 방문지인 우한에서는 첨단기술단지인 둥후(東湖) 공업개발구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창으로 옮겨서는 싼샤(三峽)댐을 참관했다. CCTV가 이날 저녁 뉴스에 김 위원장의 싼샤댐 참관 모습을 방영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광둥(廣東)성 방문에서는 첨단기업과 농장 시찰에 집중했다. 신화통신은 구체적인 기업과 기관명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꼽히는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와 홍콩 기업이 투자한 유기농 농장, 중산대학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업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올라와서, 중국농업과학연구원 작물연구소를 따로 방문했다.

후 주석이 직접 이곳을 안내하며 설명하는 모습이 이날 CCTV에 방영됐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맞는 방식은 다른 나라 국가원수와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후 주석이 작물연구소를 직접 안내한 것 외에,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김 위원장과 각각 별도 회담을 가졌다.

자칭린(賈慶林) 정치협상회의 주석,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을 비롯, 중국 권력서열 1~9위에 해당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돌아가면서 김 위원장의 기업·기관 참관이나 관련 행사에 수행하거나 참석했다. 중국과 북한 관계가 과거의 혈맹 수준으로 복귀하는 조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조중식 특파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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