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는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 논의에선 통일을 대비하는 부분까지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다양한 남북관계를 반영한 다원적인 권력구조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10월 “개헌이 논의되면 영토 조항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두 사람 모두 통일을 염두에 둔 개헌을 하자는 얘기다. 정말 이 정권은 이렇도록 每事매사에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통일을 생각해서라도 남북한을 아우르는 수도인 서울의 행정중심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깔아뭉개고 남북통일이 되면 그때 가서 보자며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되겠는가.

이 총리와 정 前전 장관이 머리에 넣고 있는 헌법 조항은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島嶼도서로 한다’는 3조인 듯하다. 이 정권 사람들은 북한도 유엔에 가입했고 남북한이 각종 정부 간 대화를 갖고 있는 현실에 맞추어 영토 조항을 아예 없애거나 ‘휴전선 이남이 남한 땅’이라는 식으로 바꾸자고 한다.

그러나 통일 전 서독은 우리의 헌법 격인 ‘기본법’ 23조에서 “기본법은 우선 서독 지역에 유효하고 독일의 다른 부분(동독)에서는 편입 이후에 발효될 수 있다”고 해 동독이 ‘남의 땅’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동독의 정치범을 구해오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이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아서 그랬을까.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1996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남북한 사이에 국가승인 효력을 발생시킨 건 아니다”고 했고, 2000년 7월엔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이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고 했었다. 이 정권은 헌재 결정은 없었던 일로 해 버릴 모양이다.

우리가 ‘휴전선 이남만 남한 땅’이라고 하게 되면 북한에 政變정변이 일어나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경우에도 개입이나 통일 주장의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혹시라도 북한 정권이 다른 나라에 북한 땅을 덥석 떼어줘 버릴 때는 뭐라 하며,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주민들은 무슨 근거로 우리 동포라 할 것인가.

이 정권 사람들이 통일을 염두에 둔 개헌 운운하는 것은, 습관처럼 통일이란 말을 달고 다니지만 사실은 진지하게 통일의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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