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디어들은 12일부터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 사망소식을 제치고 남북정상회담을 톱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AFP통신은 12일 제임스 릴리 전(전) 주한 대사 등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정상회담에 응한 배경을 분석했다. 릴리 전 대사는 “북한이 경제 파탄에서 탈출하기 위해 정상회담에 나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며, 김정일의 지난달 중국 방문은 변화를 수용하고 서방 세계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신호”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11일부터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는 ‘대분단을 넘어’라는 제목 아래 “남북 지도자들이 대좌하면 수십년에 걸친 외교노력의 절정을 이룰 것”이라며 “전례없는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치관계의 새 시대를 열고 50년 갈등을 뛰어넘는 일보를 내디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퀴즈난에는 ‘남북 분단의 책임은 어느 나라에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정답은 ‘미국’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9일자)는 6·25 전쟁에서 포로가 된 뒤 생사 확인이 안되는 미 육군 상병 로저 두마스의 형 봅(70) 등 미군 가족들 얘기를 다루며, 남북정상회담이 이들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1950년 11월 전쟁포로가 된 로저를 찾기 위해 북한 외교관과 27차례 만난 봅이 “지금처럼 큰 희망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의 미디어들은 이날 갑작스러운 회담 연기 이유를 둘러싼 기사들을 많이 쏟아냈다.

CNN, BBC 등은 ‘불가피한 기술적 이유’로 북측이 10일 밤 전화통지문을 통해 연기를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분단 이후 55년을 기다려 왔는데 하루 못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BBC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회담 연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지(지)는 “사소한 기술적 이유”로 회담이 하루 연기됐지만 한국 내에서는 이번 회담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히 높다고 보도했다. 헤럴드트리뷴지(지)는 “불가사의한(mysterious) 연기”라는 표현을 썼으며, 연기 사유와 관련해 평양 시내 전력 사정에서부터 북한 지도부 내 정상회담 반대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지)는 11일 판문점발로 회담 하루 연기 사실과 비무장지대(DMZ) 남북대치 상황 등을 전하면서 “55년 만의 첫 정상회담은 남·북한 해빙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남북간 군축문제는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정상회담이 잘 진행될 경우 긴장 완화는 더 이상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조일)신문은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북측이 (정상회담) 준비를 확실히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기술적 문제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12일 아오키 미키오(청목간웅) 관방장관이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늦춰진 데 대해 회담 개최 자체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내각 대변인인 아오키 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당사국 간 대화 결과 원만한 형태로 하루 연기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회담 개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연극기자 y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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