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대통령의 6일 대북대화 재개 선언은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단초다.

지난 4개월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 따른 미·북관계의 한파는 남·북관계에도 냉기를 형성해 왔던 게 사실이나, 부시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북 포괄적 접근의 큰 원칙으로 선회했다.


"대화하겠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 백악관에서 다음주 있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유럽 순방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중단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


하지만 미·북관계의 기상도를 예보하기는 아직 이르다.

부시의 성명에 나타난 대북 접근 자세는 온난전선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딱딱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부시가 직접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 발표에 나선 것은 미·북대화에 비중을 싣기 위한 포석으로 읽혀질 수도 있지만,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과 관련한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적 고려도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대북 대화의 의제로 미국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제시했다.

우선 북한 핵 계획 동결에 관한 제네바 기본합의의 이행 개선 문제에 대한 그의 언급에는 대북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늦춰지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앞당기려는 미국의 의도가 물씬 풍겨난다.

또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한 검증 가능한 규제와 수출 중단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도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정부가 남북간의 주도적 해결을 바라고 있는 재래식 군사력 태세 문제를 건드린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되,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 변환이 협상 성공의 전제조건임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우리의 접근은 북한측에 (북한의) 관계개선을 위한 열망의 진지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겠다’는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가안보보좌관의 지난달 발언을 바꿔서 표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7일자 기사에서 더글러스 팔(said Douglas Paal) 아시아태평양정책연구소장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북한이 수용을 원치 않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같은 제안에 얼마나 흥미를 가질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에 북한과 광범위한 의제를 놓고 진지한 협의를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포괄적인 대북 접근’ 원칙을 밝혀, 북한의 태도 여부에 따라서는 미·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주도의 대화를 북한이 수용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MD추진의 명분용으로 삼을 수 있는 양수겸장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 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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