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비롯한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 남북 대표단은 14일 오찬을 함께한 뒤 북제주군 한경면에 위치한 분재예술원을 참관하며 우의를 다졌다.

북측 단장인 권 참사는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남북장관급회담에 북측 대표단 수행원으로 참가했을 때 이 곳을 참관한 적이 있지만, 이날도 성범영 분재예술원장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으며 분재를 하나 하나 감상했다.

권 책임참사는 2000년 장관급회담 당시 이 곳을 방문한 김용순(사망) 전 노동당 비서의 기념사진이 걸린 액자를 유심히 본 뒤 북측 관계자에게 사진촬영을 지시해 눈길을 모았다.

권 책임참사는 성 원장이 쓴 ‘생각하는 정원’을 참관 기념품으로 받은 뒤 “내가 성 원장의 일생을 쓰는 기자라면 ‘나무와 말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북에서는 농사 잘하는 처녀를 ‘땅과 말하는 처녀’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참관을 마무리하면서 방명록에 “천년을 한결같은 우리나라, 소나무 정신으로 조국통일 이룩합시다. 나무와 대화하는 사람 성범영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썼다.

또 권 책임참사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는 하나입니다”라는 말을 방명록에 남겼다.

이에 앞서 대표단은 남제주군 사계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생선회로 오찬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오찬 상에는 최고급 횟감인 다금바리회와 참도미회, 전복, 문어, 옥돔구이, 성게 등 각종 제주산 해산물들이 올라왔고 선인장 소주와 한라산 순한 소주, 복분자주 등 반주들이 곁들여졌다.

식사에 앞서 정 장관이 권 책임참사를 지칭하며 식당 직원들에게 “평양미남이죠?”라며 추켜 세우자 권 참사는 “제주도 아가씨들이 예쁘다던데 하나같이 예쁘네요”라며 화답했다.

이어 양측 대표단이 소주로 잔을 채우자 권 책임참사가 “쭉 냅시다(북한식 건배제의)”라며 건배를 제의했고, 정 장관도 “북남.남북발전과 7천만 민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건배”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은 서로 잔을 부딪히며 정을 나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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