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美대사 잇따른 발언에 정부 곤혹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범죄정권’ 등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으로 5차 2단계 6자회담 개최 시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부임해 이른바 ‘드럼치는 대사’로 알려진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정권’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불렀던 것과는 다른 강도의 성격규정으로, 대북 압박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지난 8∼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회에서는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와 함께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지난 1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열린 한미정책포럼에서 “북한 경제와 체제 변화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남북경협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이런 노력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대북 경제협력에 대한 접근법은 신중해야 한다”는 다소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은 북한의 반발은 물론, 북핵 협상에 공을들이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도 “상대에 대한 표현을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6자회담이 중대 고비에 와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 점잖으면서도 뼈있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이날 “버시바우 대사가 이런 태도를 계속 보이면 국회에서 소환요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 정부 당국자는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성급히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다”며 “버시바우 대사가 미국의 정책을 벗어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 확산을 경계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도 “아무런 의도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의 ‘의도’에 무게를 뒀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북한이 아파하는 것 같다”며 “미국이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을 알아차리고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미국이 생각하는 종착역은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며 “미국이 이를 위해 6자회담 틀과 대북인권특사 등 대북압박 접근법을 병행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미간에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문제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3일 “한미간에 입장차이가 없다”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위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북한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시키자는 것”이라며 우리측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확인돼야 사실관계가 확립되고 사실관계가 확립되면 국제적 규범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은 마약밀매와 위폐제조 등을 하는 불법정권이라며 북한의 불법활동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마카오 은행에 대한 조치를 통해 북한의 불법활동을 중단시키는데 성공을 거뒀으며 북한은 이런 조치를 통해 압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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