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과 인천, 대구, 부산 등에서 진행된 10가족의 제3차 이산가족 화상상봉 두 번째 상봉에서는 반세기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2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헤어지는 어색한 상황도 많았다.

북에 있는 동생 오수동(74)씨와 용동(63)씨 그리고 아들 필무(68), 딸 필수(65). 필란(60)씨를 서울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화상으로 만난 남한 오현동(89)씨 가족들은 서먹서먹한 분위기로 일관했다.

오현동 씨가 북에 자식을 두고 남한에 내려와 다시 보금자리를 틀어 자식(3남1녀)을 낳은 후 만나서 그런지 이들의 상봉은 처음부터 어색했다.

이들 가족은 1시간 10분도 못돼 북측의 동생들이 “형님 하실 말씀 많으신 거 같은데 말씀 좀 하세요”라고 하자 형은 “동생들이 다 해서 별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동생들은 “이제 그만 하고 통일될 그 날까지 잘 살아서 만납시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벌떡 일어났다 앉았고, 남측 가족들도 “예, 그러세요”하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먼저 나가라. 지금껏 형님 걷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먼저 걸어서 나가보라”라고 동생과 아들이 재촉하자 오현동씨는 등을 보이며 상봉장을 떠났다.

서울 제5상봉실에서 열린 북측의 여동생 윤태임(74)씨와 두 아들(윤문호.영호) 그리고 남측의 윤재원(93)씨 가족의 화상상봉도 1시간20분만에 종료됐다.

아들 문호(65) 씨는 할말이 더 없는 지 머뭇거리다 “이제 그만 하십시다. 아버지 한번 걸어가는 거 봅시다”라고 불쑥 말을 꺼냈고, 남측 가족들은 북측 아들의 말에 따라 윤재원씨를 부축해서 말없이 빠져 나갔다.

북측의 동생과 아들들은 이 모습을 보며 “통일될 날까지 잘 사십시오. 미국놈 없는 세상에서 잘 살아보십시다”라고 말하며 손을 들어 환송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