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프리덤하우스가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대회에 참석한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내각장관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자료사진

“사회주의 제도를 지키기 위해 선군(先軍)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고 나갈 것이며 그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이미 마련해 놓은 자위적 억제력을 천백배로 다져나갈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 통과에 ’자위적 억제력’까지 언급해가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변인은 “미국이 이번 반공화국 결의 채택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며 “우리 제도에 대한 체질화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현 미 행정부는 ’선핵포기’를 통한 무장해제가 승산 없게 되자 인권 간판을 내걸고 비열한 제도전복 기도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결의’가 우리 제도전복을 목표로 저들의 인권공세에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메시지’라는 외피를 씌우기 위해 미국이 날조해낸 일개 정치적 모략문서”라며 “우리는 이번 인권결의를 달 보고 짖어대는 개소리로 여기고 있다”고 일축했다.

비록 유럽연합(EU)이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고 북한의 제도전복을 노리는 미국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미국, 일본 등의 대북 인권공세에 대해 강력 반발해왔으며 이 번에는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공론화됐다는 상황을 감안해 장문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미 상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에 대한 ’억제력 강화’(10.4), ’체제변형’ 발언에 대한 ’물리적 힘’ 대응(12.20) 등의 반발에 이어 올 들어서도 북한인권법 제정 비판(1.8), 국무부 인권보고서 일축(3.5), 유엔인권위원회 인권결의에 ’결정적 조치’로 대응(4.20), 대북인권특사 임명 비판(8.29) 등 미국의 ’인권공세’에 맞서왔다.

이번 대변인 담화는 이 같은 반발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으나 종전 ’우리식 인권’을 내세우면서 일축하던 것과 달리 대외정책과 인권문제의 연계라는 논리를 내세워 미국 등을 비판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국제기구의 대북긴급구호에 대한 북한의 개발지원 전환 요구와 관련, “괴이하게도 인도주의 협조가 절박할 때는 정치적 조건부를 내걸면서 협조 제공에 한사코 장애를 조성하던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이 이제 와서는 우리의 협조결속 조치를 인권에 걸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와 함께 “피눈물 나는 과거와 실지 체험을 통해 인권은 곧 국권이라는 진리를 폐부로 절감하고 있는 우리 인민은 사회주의 제도를 어째 보려는 그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권공세에 정면대응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대변인은 그러나 ’자위적 억제력’까지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6자회담 이나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향후 태도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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