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고향인 평양에 자주 놀러가고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남북관계가 발전되기를 희망합니다”

문화유적 참관차 방북했다가 10일 평양에서 연년생으로 둘째 딸을 낳은 황 선(31.통일연대 대변인)씨가 25일 판문점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판문점까지 따라온 북측 간호사와 작별 인사를 나눈 황 씨는 판문점에 나와 기다리던 첫째 딸 윤 민(1)양과 시어머니, 어머니와 재회했다.

태어난 지 16일째인 황 씨의 딸은 엄마의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앰뷸런스에 옮겨타고 도라산 출입사무소(CIQ)에 모습을 드러낸 황 씨는 아기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뜻깊게 지어야 하기에 고민이 많이 된다”며 “가족끼리 모여 회의를 해봐야겠지만 평양에서 난 첫 아이인 만큼 민족의 소망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씨의 시아버지는 황씨가 진통을 느낀 곳이 동명왕릉인 점을 감안해 ‘동명’이나 ‘겨레’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딸은 남측 주민이 평양에서 낳아 돌아온 첫 아기이자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과한 최연소자로 기록됐다.

김중태 남북출입사무소장은 “고생했다, 축하한다”며 입국수속을 도왔다.

황씨의 출입 절차에는 몇 가지 서류가 필요했다. 모두 처음 선보인 서류였다.

딸이 방북증명서에 동반 가족으로 올라 있지 않기에 ‘군사분계선 이북’의 평양산원에서 10월10일 출생했다는 내용을 담은 자녀동반귀환신고서에 황씨가 서명했고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황씨 시어머니가 제출했다.

황 씨는 출산한 병원인 평양산원이 발행한 ‘해산통지서’도 제시했다.

이 해산통지서에는 어머니 인적사항과 딸의 출생 일시인 10월10일 오후 10시, 예방접종 사항, 출산 당시 수술 기록 등이 적혀 있었다.

그의 짐에는 북측이 제공한 ‘고려장수보약’ 등 보약과 출산 직후 황씨가 딸을 안고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유화 한 점이 들어 있어 눈에 띄었다. 황 씨는 “만수대창작사에서 그려 준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황 씨는 이어 임진각에서 통일연대 등 시민단체가 준비한 환영행사에 참석, 평양산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 씨는 “10일 낮에 진통이 있었지만 진통의 진행을 막는 주사를 맞고 아리랑을 보다가 진통이 심해져 옆에 있던 평양산원 원장의 재촉으로 앰뷸런스편으로 입원했다”며 “작년에 (첫 딸 출산 때) 제왕절개 수술한 부위가 파열돼 10∼20분 늦었으면 위험했을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주간 세수 한번 못할 정도로 엄격한 산후관리로 ‘행복한 연금생활’이었다. 밤에 간호사가 침대 옆에서 함께 잘 정도로 정성을 다해 준 의료진에게 감사한다”며 “오늘 아침 떠날 때도 간호사들이 눈물 바다를 이룰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황 씨는 “아기의 고향이 평양이 된 것은 남북관계 발전과 6.15공동선언 덕분”이라고 한 뒤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수배 중인 남편 윤기진씨를 의식한 듯 “아이가 돌을 맞을 때 아이 아버지와 다 함께 평양 관광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씨 아버지는 “아이가 통일의 씨앗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