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적극적 발언
경찰 “증거인멸 우려”


강정구(姜禎求) 동국대 교수는 그동안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6·25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 등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평소 김일성과 6·25 전쟁에 관해 많은 발언을 해온 그가, 정작 법의 심판대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말은 거부해 안에서와 밖에서가 다른 ‘강정구의 두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 교수가 자신의 ‘신념’에 대해 뭔가 털어놓지 못하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 “강 교수의 대북 관련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몇몇 질문에 대해 묵비권을 많이 행사한 것은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남북한 학자들이 참가하는 학술토론회에서 주요 토론멤버 중 한 명으로 활동해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또 강 교수가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의 행동지침에 이론적 틀을 제공,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의 논문과 칼럼은 이 같은 대남전위기구의 홈페이지에 다수 게재돼 있다.

그는 2001년 4~5월 서울대·고려대에서 각각 열린 ‘주체사상 토론회’에 참석, “북한의 건설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주체사상의 자구 하나하나에 매달리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일면적”이라며 전체적 맥락에서의 주체사상 접근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통일연대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최근 친일인명사전 편찬으로 논란이 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활동했다.

그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서울지회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공동의장, 베트남진실위원회 공동대표,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 상임대표 등 진보적인 학술·시민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2002년부터 미군 철수 및 용산기지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반미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의 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작년 12월 “주한미군 경비지원금 협정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자발적 노예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북 선제공격 등의 이유로 평택 이전을 추진하는 미군을 지원하면 결국 피해자는 우리 자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자문 교수단으로도 활동했다.
/박란희기자
안용현기자 justi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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