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주미대사에 민주당 양성철(량성철) 의원, 주중대사에 홍순영(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내정함으로써 김대중(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이른바 4강 외교 포석이 끝났다. 주러시아와 주일 대사는 올해초에 정통 외교관 이재춘(이재춘)씨와 고려대 교수 최상룡(최상룡)씨로 각각 교체됐다.

‘콧수염 의원’으로 더 잘 알려진 양 의원이 주미대사로 내정된 것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한 당국자는 “미국대사는 총리나 장관 출신 또는 권력핵심이 임명됐던 자리”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양 내정자는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다수 배출한 광주고 출신으로, 미국 켄터키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 교수까지 지낸 미국통. 15대 총선(96년)때 국민회의영입 케이스로 전남 곡성·구례에서 당선됐다.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가 외교 실무는 물론 행정경험도 없어 남·북정상회담, 미·북 회담 등 급변하는 주변정세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북한 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미 학계에 알려졌고, 특히 국회 외교통상위원을 역임해 외교에도 밝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월까지 장관을 역임했던 홍 전 장관을 주중대사로 내정한 것은 주미대사의 경우와 반대로 중량감있는 인사란 점에서 예상을 벗어났다는 것이 중론. 홍 내정자는 38년간 북미과장, 청와대비서관, 외무부차관, 러시아 대사 등 요직을 두루 맡은 정통파 외교관으로 새 4강 대사들 중 가장 무게가 나가는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외교부 장관 출신이 주중대사로 가는 것도 처음이다. 이 때문에 홍 내정자가 중국 정부로부터도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선 이번 인선을 둘러싸고 4강 외교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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