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북미 양자협의서 공식 제기할듯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함경남도 금호지구의 경수로가 아닌 별도의 경수로를 6자회담 차원에서 건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37일간의 휴회기간후 13일 2단계 제4차 6자회담 개막을 전후한 양자협의에서 이 같이 주장했으며, 이를 북미 양자협의에서 공식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2단계 제4차 6자회담 개막 이틀째인 14일 오후 북한과 미국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첫 양자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개막 전 양자접촉에서 신포 경수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라고 요구는 하지 않는 대신, 자국이 모든 핵을 포기하는 것에 상응해서 6자회담 차원에서 경수로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했으며 북미 양자협의에서도 이런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경수로 등 핵발전소 가동은 평화적 핵 이용권리의 중요한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가진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을 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정당한 권리이기에 미국이 조건을 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경수로를 가져야 하며 이 것이 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경수로를 허용할 경우 1994년의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경수로 문제가 이번 회담의 진전 여부를 가늠할 최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단의 고위관계자는 “핵 폐기의 보상으로 남측이 북측에 200만kW 전력송전을 제의한 바있다”면서 “경수로 요구는 이런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 핵 이용.활동권리와 경수로 지원 요구는 합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13일 만찬회동후 숙소인 베이징 중국대반점에서 ‘북한이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전제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6자회담 틀내에서의 경수로 요구를 포함한 새로운 주장을 철회할 수 있을지, 또 미국측이 북한의 요구에 신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지가 6자회담의 향방과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회의 전망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북한측 태도를 지켜본 뒤 극적인 반전이 없을 경우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해 이번 주 중반께 결론을 내릴 것”이라면서 “휴회가 될 지 여부는 그 때가서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단계 회담 기간도 북한의 ‘6자회담 틀내 경수로 요구’ 주장에 대한 미국의 반응 여하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북미 양국이 경수로를 핵심으로 한 평화적 핵이용권과 핵폐기 범위에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회담을 장기화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이렇게 되면 추석전 종료를 희망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여타 참가국들은 회담의 성과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입장 조율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 모두 ‘결렬’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수로 문제와 관련해 2단계 회담에서 접점찾기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휴회’ 형태로 종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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