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남북 장관급회담과 2단계 제4차 6자회담이 동시에 열리는 가운데 장관급 회담 참석차 평양을 방문 중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역할에 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이징-서울-평양을 잇는 3각 연락망 속에서 장관급회담을 통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을, 북한의 최고수뇌부가 있는 평양에서 지원하는 꼭지점 역할을 정 장관이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장관은 서울을 통해 베이징의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게 될 것인 만큼 서로 충돌하고 있는 지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을 청취해 베이징의 남측 대표단에 전달해 미국을 설득하기도 하고 역으로 미국측의 입장을 베이징으로부터 보고받아 북측에 정확히 전달하고 설명함으로써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실질적인 촉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도 13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앞서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을 측면에서 지원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만큼 정 장관의 설명은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의 6자회담 지휘부에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 핵폐기 범위 문제, 경수로과 중대제안 등 보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한국 정부의 중재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7 면담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낸 만큼 이번에도 면담성사를 통해 북측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전혀 없지는 않다.

남측은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 논의라는 거대화두를 북측에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금강산 관광 정상화 문제 등도 논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문제는 북측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회담에 나온 북측의 대남 실무자와 협의보다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한 일괄타결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또 한번의 면담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이 이뤄진다면 북미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나 핵폐기 범위 등에 대해서도 북측의 결단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2일 정 장관과 만나 북한에 뭔가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면담 성사는 6자회담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위원장 면담 등 너무 앞서나가는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며 “6자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평양에서 장관급회담이 개최돼 베이징-서울-평양을 연결하는 통로가 열려져 있고 북측과 대화를 통해 핵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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