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남측 대표단이 탑승한 아시아나 전세기가 착륙한 13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는 1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환영 행사도 우산을 쓴 채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제12∼15차 회담 대표)이 항공기 트랩 앞까지 나와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영접했다.

정 장관은 환영을 나온 북측 여성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간단히 사진만 찍고 일행들과 차량에 나눠 타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했다.

0..대표단이 탄 차량은 순안공항에서 평양시내로 들어오는 관문인 금릉동굴을 거쳐 김일성 종합대학교, 개선문, 평양역 등을 지나 남측 숙소이자 회담장인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평양거리에는 조선로동당 창건 6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북측 주민들이 목격됐다. 특히 김일성광장 주변에는 수 천명에 달하는 북측 주민들이 비를 피해 건물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또 장대비가 내리는데도 불구, 평양 거리에는 비옷을 걸치고 장화를 신은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0..회담장인 고려호텔에 남측대표단이 도착하자 50여명의 호텔 종업원이 양편으로 줄을 지어 대표단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정 장관과 권호웅 북측 단장도 이들의 환대에 박수로 응대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2층 접견장으로 이동한 양측 수석대표는 날씨와 농사 작황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북측 권 단장은 1985년 개관한 고려호텔의 이름과 관련된 유래와 호텔 시설에 대해 정 장관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 장관은 “지난 번 6.15 행사 때는 모내기 시절이라서 벼들이 푸릇푸릇했는데 벌써 수확의 계절이 왔다”며 “추수철도 다가온 만큼 이번 회담에서 민족 앞에 명절 선물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단장도 “지난 번 (6월 15차 장관급 회담)에 하지(夏至) 얘기를 했는데 벌써 수확의 계절이 왔다”며 “가을은 결실의 계절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한 몫한다’는 속담이 있는 만큼 결실을 잘 거두자”고 화답했다.

0..권 단장은 정 장관이 우리측 대표를 소개하려 하자 모두 아는 얼굴이라는 듯 정 장관의 소개 중에 끼어들며 자신이 직접 우리측 대표들을 일일이 소개, 접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 번 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 장관은 접견장 뒤에 있던 윤미량 회담 1과장을 권 단장에게 소개하며 대표단 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한 뒤 서울에도 자주 와 얼굴이 알려진 북측의 김성혜 참사에게도 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하며 “남측에서 인기가 좋다”라고 추켜 세웠다.

0..양측 대표들은 숫자를 통해 통일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번 회담이 남북회담 역사상 500회째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동양에서는 1천, 1만이라는 숫자는 온전, 완전함을 뜻한다”고 하자 이에 질세라 권 단장도 “회담 역사가 1971년부터인데 1천회, 1만회까지는 가지말아야죠”라고 응수. 이에 대해 정 장관도 “그 전에 통일이 돼야죠”라고 화답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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