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16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남북간 평화.번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오기는 했지만 평화체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문제를 남북회담에서 주안점을 두고 다루기는 1971년 이후 500회에 이르는 남북회담 사상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문제를 본격 거론할 것이라는 정부 방침은 무엇보다 지난 4차 6자회담을 앞두고 나온 우리측 ‘중대제안’의 연장선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정작 북핵 문제의 당사자이지만 그동안 이 문제에서는 소외돼온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중대제안’을 제기, 일거에 주도적 지위를 얻은 데 이어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논의에도 일찌감치 착수함으로써 향후 이 문제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평화문제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남북이) 얘기하다 보면 평화체제 문제도 거론될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국제무대에서 평화문제가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 문제에서 당사자로서) 가장 중요한 남북이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문제 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남북한과 미.중.일.러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달 휴회한 4차 6자회담 합의문 초안에 ‘남북한 평화체제’ 문제를 다룬다는 조항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핵문제가 해결된 이후라는 단서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은 “6.15공동선언으로 (남북간) 화해.협력의 틀은 갖춰져 있고 기존의 경제.사회분야 협력도 정치.군사 분야로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그 여건도 마련돼 있다”면서 “이번 장관급 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중대제안은 물론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북핵해결을 위한 단초를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양측의 결단만 있으면 곧바로 ‘중대제안’의 요체인 대북 송전 준비작업은 물론 평화문제에 대한 다자간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결국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 이후 진행될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다자간 논의에 앞서 사전 정지할 것은 하고 꼭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 지를 미리 짚어보는 계기로 장관급 회담을 활용하자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직 평화문제와 관련,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구체적인 의제를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다자간 체제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무엇보다 정동영 장관이 지난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미 양자간 보장방안보다 우크라이나식 모델인 6자회담 내에서의 다자안전보장방안에 대해 설득했고 김 위원장도 이해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경우, 현재 북.미.중간 체결된 정전협정을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까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나 중국 등과의 협의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천식 국장은 한반도 평화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가 많았고 정부도 체계를 잡고 있어서 어느 정도 틀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협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목표선을 제시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평화 구축 문제는 큰 문제이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문제”라면서도 “중요한 당사국인 남북이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이 문제를 논의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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