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일찍 상봉했으면 형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소설 ‘남부군’의 저자인 고(故) 이우태(필명 이태.97년 사망)씨의 동생 리우룡(70)씨는 30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유난히 우애가 깊었던 형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에서 문예출판사 주필로 활동하고 있는 리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형수 조인제(72) 여사와 조카 일구(51).지혜(49).효구(45)씨를 만났다.

그는 “형을 만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남녘 형수와 조카들을 만난 것도 매우 기쁘다”면서 “어서 통일이 돼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리씨는 1950년 서울공고를 다니다 전쟁통에 가족과 헤어졌다.

조카 지혜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막냇동생을 많이 그리워 했다”면서 “당신이 돌아가시더라도 너희가 우룡이를 만나 고향도 보여주고 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리씨는 다정했던 형의 모습을 한시도 잊지 않았고 남쪽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조금만 더 살아계셨으면 만났을 텐데”라며 못내 아쉬워 했다.

그는 또 형이 일제시대 징용을 당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기차역에서 매일 형을 기다리던 이야기를 이날 조카들에게 들려줬다.

남에서 온 조카들은 “작은아버지가 아버지와 너무나 닮아 첫 눈에 알아봤다”면서 “더욱이 남북에서 나란히 문학.예술적 재능을 인정받고 계시다니 더욱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씨는 지난 88년 지리산에서의 빨치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남부군’을 펴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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