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서구식 MBA(경영학석사) 대학원이 있다는 기사가 일부 국내 언론에 보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모 신문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자본주의 이론을 전공한 MBA 30명을 이미 배출했다고 앞서 나가기도 했다.

이런 보도는 최근 2주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 중인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서울 특파원 애너 파이필드 기자가 19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쓴 "북한 학생들이 마르크스에서 마케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제목의 평양발 기사에서 비롯됐다.

파이필드 기자는 북한의 경제개혁이 공장 단계로 조금씩 확산되면서 공산주의의 마지막 거점인 북한의 관리자들도 시장조사와 구매자행동은 물론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도 학습을 하고 있다며 `평양 비즈니스 스쿨'의 존재를 소개했다.

서구 경영 세계에서는 MBA 학위가 대수로운 것이 아니지만 평양 비즈니스 스쿨에서 주는 졸업장인 `CV'는 `도약'을 보증하는 자격증이 된다는 것이 파이필드 기자의 주장이다.

기사에 따르면 평양 비즈니스 스쿨은 스위스 정부 산하기구인 기업개발청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며 이미 30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강사진은 북한에 진출한 서구 기업 및 외국은행 종사자들이다. 파이필드 기자는 이 학교가 지금은 학위 과정이 아니지만 MBA 학위를 주는 정식 대학원으로 발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과목을 얼마나 배우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입학이 허가되는지, 얼마나 많은 학생이 다니는지 등 구체적인 학교 운영 방식은 소개하지 않았다.

이 학교의 학장을 맡고 있는 다국적 기업 ABB의 평양법인 대표이자 북한주재 유럽기업협회 회장인 펠릭스 애버트는 "북한의 개발을 돕고 우리가 이곳에서 필요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위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우선 양성하는 것이 주된 목표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2002년 이래 매년 10여명의 공무원을 영국에 연수를 보내는 등 서구식 제도 배우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여전히 실험적인 수준에 남아 있다.

평양 비즈니스 스쿨도 북한 사회가 서구식 자본주의 경영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인 가능성이 높다.

파이필드 기자는 한국 정부가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때 목적을 밝히도록 한 공시규정을 `정신분열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맹비난했던 인물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전횡을 시정하려는 한국 금융당국의 조치가 있을 때마다 `외국인 차별'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기사를 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의 인터뷰에서는 "국가신인도 확보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더 이상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해 시장을 출렁이게도 했다.

이런 파이필드 기자가 2주일간의 일정으로 15일부터 평양을 방문해 매일 일기를 써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에 올리고 있다. 그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구식 집단체조를 목격했으며 경애하는 지도자에게 50m 이내로 접근했다고 쓰고 있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매체인 파이낸셜 타임스의 서울 특파원이 `공산주의 최후의 보루'이자 `사회주의 지상낙원'인 북한을 방문해 어떤 단면을 보고 어떤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런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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