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단의 사상 첫 국회 방문이 성사된 이후 남북 국회회담을 비롯한 양측간 정치분야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정치권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북측이 이번 국회 방문을 통해 남북 국회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에야말로 말만 무성했던 국회회담이 성사될지 주목을 끌고 있는 것.

사실 남북은 지금까지 적지 않게 국회회담 개최를 추진해 왔지만 결국 한번도 이를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지난 85년부터 90년까지 2차례의 예비접촉과 10차례의 준비접촉을 가지면서 양측이 회담을 본격 준비한 때도 있었지만 남북 불가침 공동선언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만 펼치다가 끝내 진척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기회만 되면 북측에 국회회담을 제안했지만 확답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17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수차례 남북국회회담 개최를 직접 제의했고, 6.15 정상회담 기념행사 참석차 지난 6월 방북한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을 통해 북 지도부에 이를 거듭 제안했다.

일단 북측은 이번에도 “북남 화합과 단합에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원칙적 언급 외에 가타부타 확답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북측의 전반적인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는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김원기 의장도 17일 “이번에 온 북측 대표단이 정식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대표하는 대표단은 아니기에 확실한 확답은 없었지만 정치인들간의 대화의 틀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대단히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서울에 온 안경호 북측 민간 대표단장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 17대(국회)에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이 이번 북측 대표단을 통해 내달 초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릴 세계 국회의장 회의 기간에 남북 국회의장간 별도의 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양측 국회의장간에 어떤 형식으로든 이 기간에 만남이 이뤄질 경우 국회회담 개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세계 국회의장 회의 개최 일자가 불과 2주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북측은 아직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물론 대표단의 참석여부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대타결을 위한 막바지 고비에 들어간 상태에서 북측이 대외 선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또 별도의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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