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 3일째를 맞는 16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는 분과별 상봉 모임으로 남북 정치인들의 회동이 열려 풍성한 제안이 쏟아졌다.

이날 모임에는 남측에서 김명자.김희선.한명숙.장영달.선병렬.유선호.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김효석 민주당 의원, 권영길 민노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이, 북측에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자격으로 안경호 민간대표 단장을 비롯해 성자립.문명록.김광철.라운석 위원 등이 각각 참석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환영 인사말에서 “이번 현충원 방문은 남북의 마음을 잇는 역사적 결단으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평화 공존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북측 대표단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호 북측 준비위 부위원장은 “지금 남측에서는 민족공조와 다른 나라의 공조를 많이 얘기하지만 우리는 남측이 다른 나라와 친선 관계를 맺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일관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동족을 반대해서 다른 나라와 손을 잡는 반북 공조”라고 강조했다.

장영달 의원은 “과거처럼 외세의 영향을 받아서 민족의 이익에 저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결의가 지금처럼 높은 때는 없었고 외국과 공조를 하면서도 민족의 이익을 찾되 외세에 의해 우리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철 북측 위원은 자신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 국회 인사를 접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북남관계를 도와주겠다는 의향을 보이지만 고맙기는 하지만 우리민족끼리 통일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곤 한다”며 자주적 원칙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북핵문제를 거론, 남북 양측이 91년 핵무기는 개발하지도 들여오지도 않겠다고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비핵화 선언을 할 때와 핵무기 개발 후 북의 논리가 달라져서는 안된다”며 “북에서 전향적이고 좋은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영길 의원은 “핵문제를 넘어서 앞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북미간의 관계가 핵심이지만 한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남쪽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북측에서) 특별하게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입법권을 가진 정치인들의 회합답게 각종 제안과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성자립 김일성대 총장은 “6.15 공동선언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이날을 우리민족끼리의 날로 정하는 데 양측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남북 공동 기념일 제정을 제안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남쪽 헌법 제4조의 영토 조항과 국가보안법, 북쪽의 노동당 규약을 지적하면서 “냉전 법제의 정비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들은 17대 국회가 지난 6월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장영달 의원은 남북 국회간 교류의 구체화를 위해 남북 국회의원 축구경기가 꼭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 웃음을 자아냈고 김명자 의원은 자신이 김대중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을 소개하면서 “비무장지대(DMZ)와 두만강 보전 프로젝트에 북측도 협력해서 교류를 하자”고 제안했다.

남측 의원들의 각종 제안을 받은 안경호 단장은 “17대 국회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하면서 “7.4 남북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에 대해 국회의 정식 입장을 표명했으면 좋겠다. 남북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남조선 국회에서 선물을 하나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남측 의원들은 북측 대표들에게 2006년 9월초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평화의원연대 제4차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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