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는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이 1950년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동작동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로 한 것과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실무적인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화해.협력의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참배를 통해 과거 전쟁에 대한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조속히 전환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핵문제 해결은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북측 최고지도부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평가 요지.

▲김근식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일단 북한이 선수쳐서 우리도 북한에 올라가면 금수산 궁전에 참배하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 처럼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북한 당국자의 국립묘지 참배 자체는 현대사에서 양측 체제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아무리 진전되더라도 금기시 되어왔다.

그 상징이 바로 국립묘지와 금수산궁전 아니겠느냐. 분단속에서 금기시 되어 온 국립묘지 참배를 북한이 처음으로 한다는 것은 현대사의 멍에 때문에 풀지 못했던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국내 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도 북한에 가면 그 부분도 상호주의 측면에서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진전된 남북관계라는 것이 실무적인 게 아니라 이데올로기까지 인정하고 양보하는 것 까지로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 정상화 이후 북한이 보여준 적극적이고 유연한 태도가 여기까지 이르렀다.

분위기로 봐서는 풀기 힘든 부분을 북한이 치고 들어왔다는 점에서는 핵문제에 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나 과거 공식담론 입장에서 못했던 것을 치고 나가는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올해 안에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절박성이 있고, 핵문제도 통큰 양보를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다.

남측에서도 체제로 인해 8.15 행사 때 태극기나 인공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것을 , 현대사의 아픔이 있지만 이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상호 포용하는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대 국가로서 친선과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첫째,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뜻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한국전쟁의 상흔을 씻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본격적으로 하자는 의지다.

둘째, 한반도에서 정전상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 번 나타내는 상징적인 행위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미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 이후 화해협력의 분수령을 넘었는데 해방 60주년을 맞아 민족간에 본격적인 화해를 하는 것은 앞으로 한 걸음 더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뜻깊다.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추상적인 표현으로 과거를 씻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양측의 사죄를 요구받아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남남갈등의 요소가 있겠지만 이미 행위 자체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깨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화해협력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좋은 방향인 만큼 갈등은 생각보다 큰 요소가 안될 것이다.

대외적으로 북측은 북핵문제의 원인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전쟁상태가 공식 종료되고 평화체제로 바뀌면 미국의 대북 위협이 사라지고 적대정책이 없어지면 핵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조속히 평화협정을 맺고 관계정상화한다는게 북한의 대미 정책목표인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도 평화체제 전환 및 관계정상화 문제가 논의됐는데, 이번 참배 역시 핵문제 해결과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행위는 북측이 해방 60주년을 맞아 동족상잔의 비극을 씻어내고 본격적인 남북 화해.협력의 의지가 있는데다, 한반도에서 남북 뿐아니라 주변국 특히 대미관계에서 빨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즉, 이번 6자회담서 나타난 입장이 또 한번 나타나고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6자회담 등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하고 있고 비록 그 과정이나 향후 절차는 늦춰지겠지만 평화체제 요구도 많이 하고 있다. 참배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

국립묘지는 전쟁에서 상호 적대적인 갈등에 있었던 분 등이 있는 곳인데 참배는 민족상잔의 과거 상처를 치료하려는 사실상의 유감표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남북관계 특성상 공식적인 성명이나 정책으로 이를 표시하기 보다 행동으로 한다는 것은 상당히 묵직한 의미를 갖는다.

가장 아픈 사건의 당사자에 대한 참배는 과거 전쟁상대, 적대상대를 넘어 공존과 화해의 상대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전쟁 희생자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과거 전쟁의 역사를 가능하면 털고 미래로 나가려는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의 성격도 있지만 미래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전쟁 반대 의지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참배 의미를 넉넉하게 수용하려는 성숙된 이념적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남북관계나 한국전쟁을 넘어 미래로 갈 것이냐다.

미래로 가기 위한 상징적인 출발로 받아들일 경우 우리 내부의 민주주의 이념의 성숙도도 튼튼해지고 남북관계도 조금 더 발전할 것이다. 즉 ‘적대적 상호의존’에서 ‘협력적 상호의존’으로 이행해 나가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남북 대결을 통해 우리가 확보하거나 누렸던 이익이나 이데올로기 등이 축소되면서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이 증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 국력 격차는 33대 1이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 측면에서 남한이 전향적으로 많은 것들을 포용해 갈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와 각 내부문제가 ‘선순환 구조’로 들어가야 한다. 남북관계가 발전하면서 남한도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북한도 식량위기나 인권문제가 증진되는 ‘쌍방향 선순환 구조’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과거 남남갈등 증폭으로 선순환 구조가 남한의 권위주의를 촉진시키고 북한의 독재를 강화하는 악순환 구조에 있었는데 이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쌍방향 선순환 구조가 남남갈등으로 발전하지 않는 사회적 성숙도가 중요하다.

전쟁 상대 앞에서의 참배가 북한 군부로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북한 정부의 결단이었다. 남남갈등으로 북한의 군부를 포함한 강경세력을 도와주면 안되고 개혁개방파를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 남북이 적대와 갈등을 통한 ‘갈등이익’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공존을 통해 이익을 키우는 ‘공존이익’에 의존하는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가장 비극적인 과거를 어떻게 넘어서고, 전쟁을 어떻게 평화로 가져가 갈등을 줄이고 평화이익을 키워가느냐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 굉장히 파격이고 상당히 상징적이다. 북측이 대남정책에서 전술 및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전적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우리 국민의 대북관에 변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자칫하면 북측이 이 같은 결정을 통해서 남측에 대해서도 상호주의 차원에서 북측의 혁명열사들에 대한 참배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결정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 따져보기 전에 참배 결정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상징성도 큰 것이다.

우선, 이는 지난해 7월 조문 파문 및 탈북자 대거 입국 등으로 경색된 이래 1년여 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발전적 방향으로 진전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간의 관계들을 종합해 볼 때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북한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는 한반도 정세의 긴장 국면을 크게 완화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대단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북측의 이 같은 결정은 북한이 경제난 심화 등 현재의 구조적 상황에서 볼 때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후퇴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측 대표단은 이번 8.15 행사 중 어떤 돌출행동 등을 통해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 대표단의 금번 행동은 또 훗날 과거문제 정리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향후 추이를 계속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북 대표단의 현충일 참배에 대해 ’6.25 남침에 대한 사과나 사죄의 뜻’으로 생각하는 등 ’전후 처리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측 대표단이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과거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번 행사 기간중 북측 대표단에게 전후 처리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하거나 이 문제를 직접 제기할 경우 그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민감한 이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후 처리문제’ 등은 좋은 쪽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아량도 필요한 것이다.

또 앞으로 남측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상호주의’적 접근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상호주의를 전제로 북측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아닌 만큼 북측의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원= 북측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 결정은 최근 남북관계가 복원 경향을 보이고 있고 특히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6.17 면담을 계기로 남한이 상당히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즉, 한국 정부가 북.미대화를 적극 주선하는 등 북.미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북측이 요구해 온 민족공조에 대해 우리가 어느 정도 화답한 것으로 북한이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북한과 반미공조는 아니지만 북미관계에서 어느 정도 중도적 입장을 보이는것도 북한에게는 고맙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국과 북한이 공조하더라도 그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고 4자회담의 초안도 중국이 북한보다는 미 입장을 더 배려해 초안이 안 받아들여진 것.

6.15 5주년을 보내고 앞으로 10주년이 될 때까지 남북관계를 한층 발전시켜야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조치로 지난 5년간의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과거 전쟁의 상처 등 적대적 관계를 본격적으로 청산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국립 현충원 참배 결정은 남북한간 금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깨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향으로 나가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4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얘기가 나왔는데 평화체제 구축은 북미간에만 긴장완화를 취하거나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없는 것인만큼 우리가 요구하는 남북간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보다 더 논의를 활발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 이것이 가져올 파장을 지켜볼 수 있다. 상당히 파격적인 행동이다.

북한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 이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어떤식으로든 치유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거 상처에 대한 전쟁을 정리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자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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