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서방국가들의 경제사절단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북한 대표단은 서방국가들을 방문, 경제협력 확대문제 등에 관해 협의하고 있으며 최근 수교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경제사절단들이 속속 평양을 방문하고 있다.

게다가 평양에서는 최근 영국, 프랑스 등 해외 12개국 200여개 기업이 참가한 `평양국제상품전람회'가 개최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부시 미 행행정부에 대한 비난공세를 강화하면서도 EU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국가경제력' 강화와 선진 과학기술 도입을 당면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북한 대표단의 해외 방문을 보면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 초까지의 기간에 북한 내각의 무역성 및 재정성 관계자 5명으로 구성된 경제시찰단이 스탠리재단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김동명 무역성 부상이 인솔하는 무역대표단이 호주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을 순방했으며 전승훈 금속기계공업상이 지난해 1월 수교한 이탈리아를 6일간 방문했다.

이들 경제사절단은 해당 국가들과 농업과 광업, 화력발전 분야, 원유도입 등에 관해 폭넓게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북한 `큰물피해대책위원회'대표단이 2월 하순부터 3월중순까지, 농업대표단이 3월 초∼4월 중순기간 미국 구호단체인 `아메리칸프렌즈서비스위원회'(AFSC) 초청으로 방미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조선-대만 민간경제기술교류협진회'(조대협) 이현철 회장을 단장으로 한 경제대표단이 3월 하순부터 4월 초까지 대만을 방문, 대만기업의 대북(對北)투자 및 진출방안에 관해 협의했다.

서방국가 경제사절단의 평양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우선 스위스-스웨덴계 산업설비 생산업체인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ABB)'그룹의 헬무트 이르쉴링거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ABB대표단이 지난 1월 9∼16일 북한을 방문, 평양에 사무소를 개설키로 합의했으며 2월에는 EU 경제협력대표단이 북한에서 농업과 에너지 분야 등 대북 경제협력을 위한 기초조사 활동을 했다.

이어 네덜란드 경제대표단이 3월 31일부터 4월 7일까지 평양을 방문, `무역ㆍ경제분야에서의 쌍무적 협조에 관한 회담록'을 조인했다.

4월에는 오스트리아 경제사절단이 방북길에 나섰으며, 귄터 슈스터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 겸 한국지멘스㈜ 사장이 4월 14일부터 21일까지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방북했는데 북한은 발전설비 및 철도건설 업체인 지멘스에 발전설비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EU의장국인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의 방북(5.2∼3)에 때맞춰 스웨덴 무역사절단이 평양을 방문, 북측 무역성 관계자들과 만나 수송, 전력 문제 등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5월들어서는 △주한 미상공회의소(AMCHAM) 투자조사단 △일본 동아시아무역연구소 소속 경제시찰단 △호주 무역대표단 △싱가포르 경제사절단이 줄줄이 방북길에 오른다.

이들 대표단은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해 통신산업, 농업, 에너지 분야 등 북한이 경제재건에 필수적인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6월에는 이탈리아 경제사절단이, 그리고 7월에는 대만 경제무역사절단이 각각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7일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린 제4차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에는 북한과 최근 수교한 서방국가 기업들이 다수 참가해 변화된 정세를 실감케 했다.

이번 전람회에는 해외에서 중국, 러시아, 쿠바, 이탈리아, 독일, 호주,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태국, 대만 등 12개국에서 220여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자동차, 버스 등 수송설비를 비롯해 기계설비, 경공업제품 등 5천여종, 3만여점이 출품됐다.

더욱이 북한은 평양국제상품전람회를 앞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며 아시아와 오세안,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해 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이처럼 경제사절단 교류가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이 서방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재건을 도모해 보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북한 당국이 21세기를 `정보산업의 시대'로 강조하며 정보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서방 선진과학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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