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철광석' 실은 중 트럭들 줄지어 국경 넘어
훈춘은 '북오징어'… 허룽은 '북철광 도시'
혜산 구리·회령 금광 등 중국과 투자 협상



◇ 지난 5일 북학 무산철광의 철광석을 실어나르기 위해 중국 트럭들이 줄지어 산을 올라가고 있다. 무산철광 합작개발사업은 현재 중국의 최대 대북 투자 프로젝트이다. /허룽(중국 옌벤조선족자치주)=여시동기자


서쪽의 백두산에서 동쪽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516㎞의 두만강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는 북한과의 교역 통로가 모두 9곳이 있다. 백두산에서 동쪽으로 가면서 중국측의 솽무펑(雙木峰), 허룽(和龍)시 충산(崇善)·난핑(南坪), 룽징(龍井)시 싼허(三合)·카이산툰(開山屯)의 도로 5곳, 투먼(圖們)시 도로와 철도, 훈춘(琿春)시 취안허(圈河)와 사퉈쯔 도로 등이다.

북한과 중국 간 교역이 급증하면서 양측 교통로의 확장, 개보수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허룽시와 북한 무산(茂山)시를 연결하는 난핑 국경다리는 한동안 통행이 끊겼다가 지난 2003년 길이 160m, 폭 12m의 새로운 모습으로 개건됐다.

지난 5일 옌볜자치주 소속 허룽시 난핑세관의 두만강 다리 위로는 강 건너편 북한의 무산땅에서 채굴한 철광분(철광석 가루)을 실어나오는 트럭들이 속속 건너오고 있었다. 이들 트럭은 이곳에서 자동차로 20분쯤 떨어진 중국지역 선광(選鑛)공장으로 달려가 시꺼먼 철광분들을 부려놓는다. 이 선광공장은 무산 철광석 수입을 위해 최근 완공됐다.

아시아 최대 노천철광인 무산철광의 철광석들은 날이 저물 때까지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한 트럭 기사는 “일이 너무 바빠 며칠째 허룽의 집에 들어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무산 철광석의 중국 수출이 본격화돼 허룽은 중국 변방도시 중 철광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도시로 부상했다.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수출하는 지하자원은 철광석만이 아니다. 아시아 최대 구리 광상(鑛床)인 혜산(惠山)청년동광도 올해 안에 중국과의 합작개발 프로젝트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또 회령금광, 만포아연광 등도 중국측과 합작협상을 진행 중이다.

화물운송을 위해 수년간 북한 나진~선봉을 왕래한 조선족 문(文)모씨는 “북한은 천혜의 지하자원을 자체 개발·가공할 여력조차 부족하다”며, “가공도 안한 원석을 중국에 그저 헐값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북한 회령(會寧)과 마주보는 룽징시 싼허세관에는 북한 친척에게 생필품을 보내려는 조선족 동포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평양에 있는 동생이 회령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생필품을 준비해왔다는 조선족 동포는 옷가지, 라면 등을 담은 10여개의 대형 박스와 보퉁이를 트럭에 싣느라 분주했다.

1년에 한두 번 동생에게 물건을 보낸다는 그는 “북한 주민들 생활이 경제개혁조치 이후 다소 나아졌다는 소문도 있지만 우리 동생은 여전히 먹고 입는 데 허덕인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옌볜자치주 제2 도시인 훈춘은 지난해 2만여t의 북한산 오징어를 수입, ‘오징어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훈춘을 통해 북한 나진~선봉과 거래하는 셴퉁화물운송회사의 트럭 운전기사 리(李)모씨는 “화물 증가로 회사측이 상당한 돈을 모았다”며, “조만간 노후한 트럭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옌볜자치주를 포함하는 지린성은 지난해 1~11월 대북 교역액이 2억4800만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3억달러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 최대 국경도시인 압록강변의 단둥(丹東)을 포함하고 있는 랴오닝(遼寧)성은 지난해 대북 교역액이 3억8900만달러에 달했다. 중국 전체의 대북 교역액은 2000년 4억8800만달러에서 2002년 7억3800만달러, 지난해 13억8500만달러로 급증했다.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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