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858기 폭파사건을 수사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88년 1월 15일 수사결과 발표 당시 폭발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발표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수사를 지휘했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당시 안기부 수사단장)은 지난해 7월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폭발물의 종류와 양을 묻는 질문에 “김현희 진술을 토대로 추정.단정해서 발표했다”고 털어놨다.

정 의원은 당시 김현희로부터 라디오에 ’고체폭약’을 넣었고, 술병에다 ’액체폭약’을 각각 넣었다는 진술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을 토대로 안기부는 고체폭약은 C-4, 액체폭약은 PLX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는 것.

이어 “이것을 전부 시뮬레이션을 해 가지고 전부 얼마나 넣을 것이냐, 그 다음에 미국에서 같은 보잉707 기종을 해 가지고 폭발을 하고 이런 걸 통해 가지고 C-4는 그 정도 폭발이 되면 최대용량이 350g 정도 되겠다, 또 PLX 액체폭약은 한 700cc 되겠다,
이렇게 해 가지고 그러한 진술을 토대로 추정 단정해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폭파 비전문가인) 김현희 자신이 얼마나 넣었나 몰랐기 때문에 과학적인 수치나 근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물레이션에 대해 “88년 1월 9일 종합대테러훈련장에서 C-4 350g 폭발실험을 했다”면서 “그러니까 5mm 강판이 직경 30cm로 관통.파열되고 10mm 강판은 25cm로 관통 파열되며 가스, 불꽃, 폭풍 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파전문가인 심동수(50) 동아대 겸임교수는 7일 “안기부에서 추정한 C-4 350g 정도의 폭발력으로 조종사가 구조신호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여객기를 산산조각 나도록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테러범의 몸에서 나온 TNT 반응을 근거로 화물칸에서 10㎏ 이상의 또 다른 폭약이 터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정형근 의원이 폭발물의 종류와 양을 추정.발표했다고 밝힌 이상 이제는 국가정보원 차원에서 입장 발표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현재로선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과거사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사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폭발물 종류와 양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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