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한인 러시아 하원의원 류보미르 장, 8월 방북

지난 2003년 12월 러시아 하원의원(국가두마) 사상 최초의 고려인(한인) 의원으로 선출됐던 류보미르 장(45) 의원이 모스크바~평양~서울을 잇는 자동차 랠리 성사를 위해 분주하다.

빵 공장 사장에서 하루 아침에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하원의원이 된 그는 이 국제적 이벤트를 통해 남북한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제사회의 한반도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생애 가장 분주한 날들을 보냈다”며 “서울에만 7차례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랠리’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오는 8월 평양을 방문한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게 되면 모스크바~평양~서울을 잇는 자동차 랠리와 대표단 방문 프로젝트를 제안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그동안 100여명의 한국 의원들과 만나 교류해 왔지만 북한과는 자주 접촉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고려인이란 점을 활용,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와 함께 러시아 내 15만 고려인의 이익도 함께 대변하고 있다.

인구 200만명의 지역구 니주니 노브고로드시에는 한인이라곤 고작 1000여명밖에 없지만, 장 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는 크다.

그는 지역구에서 빵과 제분 공장 4개를 소유한 ‘빵의 제왕(帝王)’으로 불린다. 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밀가루의 96%를 그가 공급한다. 그는 “빵은 러시아인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이고 정치판에서 정치인의 존재도 빵과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때 양파 재배도 했고 택시기사, 거리의 악사까지 했다. 그가 즐겨 부르는 ‘18번’은 ‘칠갑산’. 장 의원은 “이 노래를 부르면 왠지 부모님과 고국을 떠나 온 이민사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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